"매주 진주 오가며 귀화 공부, 포기 못 하는 이유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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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ohmynews
26.09.18 14:26ㅣ최종 업데이트 26.09.18 14:26
"매주 진주 오가며 귀화 공부, 포기 못 하는 이유는 아이" 남편과 사별한 결혼이주여성 우히엔씨의 17년 한국 살이… "지역 내 이민자 정착·교육 지원 절실"
주간함양 곽영군(hynews) 글씨 크게보기 글자 크기조절 인쇄 원고료로 응원하기 추천 댓글 공유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이 막막했습니다. 살기 위해 악착같이 닥치는 대로 일했죠. 하지만 외국인 신분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귀화까지 준비하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함양에서 진주에 있는 센터를 오가고 집안일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베트남 출신 당티디에 우히엔(39) 씨는 17년째 함양에서 살아가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다.
AD 17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은 어느새 그의 삶터가 되었다.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았고,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봤다. 하지만 평범하던 삶은 5년 전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크게 흔들렸다. 남편의 빈자리를 대신해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책임지는 일은 오롯이 그의 몫이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생활은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했죠. 하지만 아이가 있기에 살아야 했습니다. 일하고 돌아와 아이를 돌보고, 다시 일하는 일상을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에게 가장 큰 버팀목은 아이였다. 동시에 앞으로의 삶을 단단히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교육과 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외국인이라는 신분에서 비롯되는 행정적·생활 속 불편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인터넷 신청 등 생활 전반에서 외국인 신분 때문에 제약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왔지만 '나는 여전히 외국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현재 우히엔 씨는 대봉산휴양밸리에서 시설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퇴근 후에는 집안일과 함께 귀화 시험 공부를 병행한다. 그 와중에 일주일에 한 번은 함양에서 진주까지 왕복하며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이민자가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사회 이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마련된 교육 과정이다. 5단계 교육을 이수하고 귀화용 종합평가에 합격하면 귀화 면접심사가 면제되기 때문에 귀화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필수적인 관문이다.
하지만 고된 생업과 양육을 병행하는 우히엔 씨에게 매주 진주를 오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진주에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함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됩니다. 그렇다고 일을 쉬고 공부만 할 수도 없어요. 생활비도 벌어야 하고 아이도 돌봐야 하니까요."
한 차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지난번 시험에서 떨어졌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더 악착같이 하려고 합니다. 수강 후 집에 돌아와서도 밤마다 공부해요.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지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감당해야 할 어려움은 공부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이주여성으로서 생소한 행정 절차와 제도를 이해하는 일 역시 커다란 장벽이다. 체류 자격 연장, 국적·귀화 신청, 금융·통신 이용 등 한국인에게는 일상적인 행정 절차가 이주민에게는 매번 넘어가지 못할 산처럼 느껴지곤 한다.
특히 남편과 사별한 결혼이민자는 국내 체류를 이어가기 위해 별도의 체류 자격(F-6-3 혼인단절 등)을 인정받고 지속적으로 연장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히엔 씨 역시 "1년 6개월마다 체류 기간 연장을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의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함양에서 함께 근무하는 먼 친척 장은주(당티람·45) 씨다. 먼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장 씨 역시 진주를 오가며 귀화를 준비했던 경험이 있기에, 우히엔 씨의 고충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장 씨는 "우히엔은 이주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혼자 아이를 키우며 생계와 귀화 준비를 동시에 해내야 해서 어려움이 배로 크다"고 전했다.
경제적인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취업으로 소득이 발생하면서 기존에 받던 차상위계층 지원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얻어 자립 기반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저소득층 대상 지원에서 벗어나면서 체감하는 생활고는 여전하다. 현재는 함양군가족센터 등을 통해 월 1회 쌀과 식재료 등 생필품 지원을 받으며 버티고 있다.
장 씨는 이주민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세심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농촌 지역에서 결혼이민 여성들은 이미 지역사회를 떠받치는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이들이 수혜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주민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장 씨는 작지만 세심한 관심이 이주여성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누구보다 이주여성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요. 낯선 한국 땅에서 시작하는 삶은 누구나 막막하기 마련입니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당당한 주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우히엔 씨가 바라는 것 또한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함양 지역 안에서 한국어와 제도를 배우고 귀화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함양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며 매주 진주까지 오가는 것이 너무 버겁습니다. 함양에서 이웃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7년. 우히엔 씨가 이곳 함양에서 보낸 시간이다. 남편과 행복했던 기억도, 아이를 키우며 흘린 눈물도, 홀로 가정을 지켜낸 고단함도 모두 이곳 함양에 쌓였다.
어느덧 엄마의 손을 잡고 걷던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우히엔 씨 역시 새로운 삶의 출발선 앞에 서 있다.
"오랜 세월 한국에서 살았고 아이도 이곳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이제는 아이와 함께 불안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곽영군)에도 실렸습니다. → 바른언론 젊은신문 함양의 대표지역신문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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