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52%·아디다스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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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지난해 세계 2위 신발 수출국 자리를 지켰다. 저임금 생산기지라는 매력은 치솟는 인건비로 인해 조금씩 옅어지는 모양새나,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생산 비중을 더 늘리고 있는 나라가 됐다. 이 거대한 신발 공급망의 한 축에는 한국 기업들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베트남가죽·신발·핸드백협회(Lefaso)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신발 수출액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약 2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 지위를 지킨 수치다. 이 중 외국인투자기업(FDI)의 수출액은 17% 늘어난 228억2,000만 달러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국가별 수출 규모는 대(對)미국 수출이 110억1,000만 달러로 최대 수출 시장을 지켰고, 뒤이어, 유럽연합 68억8,000만 달러, 중국 17억8,000만 달러, 일본 16억1,000만 달러, 한국 7억7,600만 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베트남의 신발 수출액은 최근 몇 년간 널뛰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2년 수출액은 238억 달러로 전년 대비 34.6% 급증했지만, 이듬해인 2023년에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과 주문량 감소가 겹치며 202억4,000만 달러로 15.3% 뒷걸음질쳤다.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해 지난해 29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세계의 공장인 만큼, 외부 경제 변동에 크게 노출돼 있는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업 수 구성이다. FDI 기업은 베트남 전체 신발 업체 수의 10%에 불과하지만, 수출액의 80%를 가져간다. 소수의 외국계·다국적 브랜드 벤더가 이 산업의 몸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베트남 내 신발 업체는 약 3,000개, 종사자 수는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호치민시를 중심으로 남부 지역에만 신발공장 2,200개가 몰려 있고, 이 일대에서만 연간 약 10억 켤레가 생산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일 권역 기준 세계 최고 밀도의 생산 클러스터’로 평가한다.
나이키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6 회계연도(2025년 6월~2026년 5월)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나이키 전체 신발 생산량의 52%를 담당, 4년 연속 최대 생산기지 지위를 지켰다. 2024 회계연도에 514억 달러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뒤, 주춤하고 있지만, 오히려 생산 비중은 전년(51%)보다도 늘었다.
나이키뿐만이 아니다. 아디다스도 지난해 자사 전체 신발 생산량의 41%를 베트남에서 만들었다. 2022년 32%에서 매년 비중이 늘어 이제 신발 4켤레 중 1.6켤레꼴이 '메이드인베트남'인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러닝화 브랜드 온(On)은 신발의 90%를, 룰루레몬은 의류의 40%를, 크록스는 53%가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이 거대한 생산망 안에는 한국 기업들도 핵심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TKG태광(옛 태광실업)은 나이키 전체 물량의 약 12%를 책임지는 핵심 벤더로 꼽히고, 창신INC는 나이키 신발만 연간 약 6,900만 켤레를 생산한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아디다스 신발을 100% 전담 생산하고 있다. 세 회사 모두 베트남을 핵심 생산기지로 삼아 수만 명 규모의 현지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세 회사가 서 있는 자리는 똑같지 않다. 두 곳은 지금 주춤하는 나이키의 신발을 만들고, 한 곳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아디다스의 신발을 만든다. 같은 베트남에서, 전혀 다른 브랜드의 이름을 걸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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