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경쟁 과열’ 베트남 은행권, 예금고객 모시기 ‘전쟁’…소액도 마다 안해
조회 0
베트남 은행권의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들이 금리와 각종 혜택을 놓고 행원들과 협상을 벌이는 상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만기가 도래한 정기예금을 곧바로 재예치하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고 금리를 문의하며 은행을 물색하는 예금주들이 늘고 있다. 이런 글이 올라오면 은행 직원 계정들이 앞다퉈 연락해 예치기간·금리·사은품·부가혜택까지 상세히 안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늦게까지 전화를 거는가 하면, 차량을 보내 지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서는 10억 동 안팎의 소액에도 행원들이 적극적으로 세심한 고객 응대에 나서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금리나 각종 혜택 등을 이유로 주거래은행을 떠나 소규모 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수신을 앞지른 여신 증가율로 인해 은행들이 자금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전의 경우, 적금 희망자들은 공시금리표를 보고 은행을 고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은행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타행보다 높은 금리와 혜택을 제시하며 모객에 직접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수신 경쟁은 때로는 파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베트남 소형 은행 중 하나인 내셔널은행(NCB)은 최근 연 9.4% 금리에 더해, 50억 동(19.2만여 달러) 이상 예치 고객을 대상으로 250억 동(약 96만 달러) 상당의 별장을 경품으로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은행들이 예금 유치를 위해 금리 경쟁을 넘어선 파격 마케팅까지 동원하는 배경으로는 갈수록 커져가는 은행권의 자금 수요에 있다.
현지 주요 증권사 중 하나인 SSI증권의 분석팀 집계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예금잔액은 6월 중순 기준 1경8,200조 동(6,979억630만 달러) 수준으로 연초 대비 6.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 수신 실적 편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중소형 은행들은 두 자릿수 예금 증가율을 기록하는 반면, 오랫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일부 대형 은행은 처음으로 예금잔액이 감소하거나 매우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잔액은 2경150조 동(약 7,726억8,200만 달러)으로 8.4%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예금과 대출 사이의 격차가 2,000조 동(766억9,300만 달러) 가까이 벌어지면서, 업계 전체 예대율(LDR)은 110%까지 뛰어올라 최근 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금 유치전이 벌어지는 한편으로, 일부 은행은 조달비용 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외 금융기관 차입과 채권·예금증서 발행을 늘리며 다른 경로의 자금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은행권의 수신 경쟁은 고객에게는 보다 높은 금리와 서비스로 돌아올 수 있으나, 은행 입장에서는 그 대가로 조달비용 상승이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조달금리는 오르는데 대출금리는 그만큼 오르지 않으면 순이자마진이 줄어든다. 이는 은행들에 신용 공급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면서도 조달원가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준다.
실제로 베트남중앙은행(SBV)이 지난 18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7월 은행권 평균 예금금리는 만기 1개월 미만 상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 상승, 올해 초와 비교하면 평균 예금금리는 약 1.5%포인트 상승했다.
현재 일부 소형 은행들은 6개월 만기 상품을 대상으로 연 8.5~9.2%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예치 금액과 기간, 특판 등 요인으로 최대 연 9.5%에 이르는 금리가 적용된다. 이처럼 은행권 수신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평균 대출금리는 연 10.5%에서 상승세가 정체되면서 예대금리차는 갈수록 좁혀지는 모양새다.
은행권은 현재의 수신 경쟁이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당정이 2030년까지 두 자릿수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한 상태에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대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자금 지원·집행을 약속한 은행들은 그에 상응하는 조달 재원을 미리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당분간 수신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은행들이 대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예금 한 건 한 건을 두고 다퉈야 하는 한, 고객들은 앞으로도 단순히 예치할 은행을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조건을 찾을 때까지 쇼핑하듯 은행을 선택할 수 있는 지위를 계속 누릴 것으로 보인다.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