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엔 금융중심지, 호주엔 에너지 금융…금융위 실용외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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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베트남과 호주를 상대로 금융외교 보폭을 넓히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금융중심지 조성과 QR 결제 연동, 부실채권 정리시스템 협력을 논의했고 호주에서는 에너지 인프라와 공급망을 뒷받침할 금융지원 방안을 점검했다.
금융외교의 무게중심이 금융회사 해외진출 지원을 넘어 실물경제와 연계된 전략 협력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박민우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베트남 호치민과 호주 시드니를 방문해 한·베트남 금융협력포럼과 한·호주 금융협력포럼에 참석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방문은 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전략적·경제적 외교지평 확대 기조를 금융 분야에서 구체화하기 위한 일정이다. 베트남 방문은 지난 4월 한·베 정상회담 후속조치 성격도 담겼다.
박 위원은 첫 일정으로 지난 13일 한·베트남 금융협력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은 주호치민총영사관과 호치민 국제금융센터가 공동 개최했으며 양국 당국, 유관기관, 금융회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베트남과의 협력 의제는 금융중심지 조성과 금융 인프라 수출에 맞춰졌다. 포럼에서는 베트남이 추진 중인 호치민 국제금융센터 발전전략과 한국의 금융중심지 발전 경험이 공유됐다.
한국은 2009년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한 뒤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호치민·다낭 국제금융센터 조성을 선언한 베트남에 한국의 정책 경험을 공유하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 교환을 이어가기로 했다.
실무 협력 과제도 점검했다. 두 나라는 QR 결제 연동과 한국형 부실채권 정리시스템 수출 방안을 논의했다. QR 결제 연동은 금융결제원이, 부실채권 정리시스템 협력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중심이 되는 과제다.
이는 단순한 금융회사 진출을 넘어 한국의 금융 인프라와 제도 운영 경험을 수출하는 성격이 강하다. 베트남이 금융중심지 조성과 디지털 결제 인프라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는 만큼, 한국 금융기관과 유관기관에는 새로운 협력 공간이 열릴 수 있다.
호주 일정은 에너지와 공급망을 금융으로 뒷받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 위원은 15일 시드니에서 열린 한·호주 금융협력포럼에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해외금융협력협의회가 호주에서 처음 개최한 행사로, 호주 측도 해외 금융당국과 처음으로 공동 개최한 금융협력 행사다.
한·호주 금융협력포럼은 '금융안정과 장기적인 금융보안'을 주제로 열렸다. 세션은 한·호주 고위급 대화, 주택금융·자본배분과 금융안정, 노후소득보장체계,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활용 등으로 구성됐다.
고위급 대화에는 박 위원과 호주 재무부 제임스 켈리 차관보, 호주 건전성감독청 테레즈 맥카시 호키 부청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디지털 전환,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조치와 스트레스 테스트, 당국 간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호주는 한국의 핵심 에너지·원자재 공급국이자 경제안보와 공급망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큰 협력국이다. 호주가 탄소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국가 목표로 추진하면서 에너지 인프라, 방위산업 등 신성장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사업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는 이 과정에서 금융과 실물이 함께 해외로 나가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 에너지·인프라 사업은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현지 규제와 원가 변동 등 리스크도 수반된다. 정책금융과 민간 금융의 지원이 기업 진출의 핵심 조건이 되는 이유다.
박 위원은 호주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회사들과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농협은행, 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 현대캐피탈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호주에서 교통, 에너지, 광산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활발해 이를 뒷받침할 자금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시드니 지점 전환도 주요 관심사다. 산은은 지난해 7월 호주 건전성감독청에 시드니 지점 은행업 인가를 신청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점이 설립되면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한국 기업의 현지 사업에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현장 방문도 이어졌다. 박 위원은 삼성물산 시드니지점과 포스코인터내셔널 시드니지사를 찾아 호주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삼성물산은 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와 송전망 등 호주의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자회사 세넥스에너지를 통해 천연가스 생산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생산량 확대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두 기업은 해외 에너지 생산과 인프라 구축 사업에 대규모 자금이 장기간 투입되고 다양한 리스크가 수반되는 만큼 안정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우리 기업의 성장 무대가 해외로 넓어지는 만큼 금융도 해외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이 국내 산업 지원을 넘어 해외 인프라와 공급망, 에너지 안보까지 뒷받침하는 초국경 정책 과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방문은 금융외교가 국가별 산업 수요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에서는 금융중심지 조성과 디지털 결제, 부실채권 정리 노하우가 협력 의제로 떠올랐고 호주에서는 에너지·원자재 공급망과 인프라 금융이 핵심 축이 됐다.
관건은 후속 실행이다. QR 결제 연동, 부실채권 정리시스템 협력, 산은 시드니 지점 인가, 에너지 인프라 금융지원은 모두 현지 당국과 관계기관 협의가 뒤따라야 하는 과제다. 금융외교가 포럼과 회의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실제 사업 기회와 금융시장 협력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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