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계단식 논이 만든 자연 여행지, 베트남 북부 사파(SAPA)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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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오토바이가 물결처럼 흐르는 하노이의 거리, 노란 벽과 등불이 아름다운 호이안, 야자수와 리조트가 이어지는 다낭과 나트랑이다. 그러나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다. 해변과 열대도시에서 시선을 북쪽 산악지대로 돌리면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베트남과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난다. 그곳이 사파(Sapa)다. 다낭과 하롱베이를 넘어 최근 한국인들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여행지이다.
중국 국경에 가까운 베트남 북서부 라오까이성의 고산지대 마을 사파는 하노이에서 약 300㎞ 이상 떨어져 있다. 해발 약 1,500m의 고원에 도시가 자리 잡아 한여름에도 하노이보다 서늘하고, 맑은 날보다 구름과 안개에 잠겨 있는 날이 더 사파답게 느껴지는 곳이다. 베트남 최고봉 판시판산(Fansipan), 므엉호아 계곡(Muong Hoa Valley)의 계단식 논, 흐몽족과 자오족을 비롯한 소수민족 마을이 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사파의 첫인상은 대개 선명하지 않다. 산을 가린 구름,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 비에 젖은 돌계단과 사람들의 실루엣이 먼저 다가온다. 그러나 구름이 잠시 걷히는 순간, 산비탈 전체를 따라 굽이치는 계단식 논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과 논, 마을과 길이 겹쳐진 풍경은 베트남에서 흔히 보던 평야의 논과 전혀 다르다. 자연이 만든 산허리에 사람이 수백 년 동안 한 층씩 논을 새겨 넣은 듯하다.
여행자들에게 사파는 아직 다낭이나 하롱베이만큼 익숙한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하노이와 사파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슬리핑 버스, VIP 캐빈버스가 보편화하면서 이동 부담이 크게 줄었다. 하노이에서 사파까지 버스로 약 5시간 30분에서 6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하노이 여행에 2박 3일 정도를 더해 다녀오기 좋은 자연 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사파는 관광지를 빠르게 확인하는 여행보다 자연 속에서 머무르고 걷는 여행에 어울린다. 아침에는 호텔 창문을 열어 계곡을 덮은 운해를 바라보고, 낮에는 계단식 논 사이를 걸으며, 저녁에는 서늘해진 산골 공기 속에서 따뜻한 국물이나 꼬치구이를 먹는다. 하노이의 소음과 열기를 지나온 여행자에게 사파는 같은 나라 안에서 만나는 계절의 전환처럼 다가온다.
구름 속에 나타난 산악도시 하노이에서 출발한 슬리핑 버스가 사파 시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예상 밖의 도시 풍경을 만난다. 조용한 산골마을을 상상했다면 다소 놀랄 수 있다. 사파 스퀘어 중심부에는 호텔과 레스토랑, 마사지숍과 카페가 밀집해 있고,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석조성당 주변으로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행의 중심지인 사파 스퀘어는 넓은 계단식 원형 아레나 형식으로 조성돼 있으며, 해 질 녘이면 이곳 전통 민족인 몽족과 함께 춤을 추려는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산골 도시지만 관광 인프라는 상당히 발달해 있다. 사파 중심가에는 고급 호텔부터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까지 선택지가 다양하고, 베트남 음식뿐 아니라 피자와 파스타, 인도 음식, 한식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나치게 관광지화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산악 여행 뒤 따뜻한 객실과 식사, 마사지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장점이다.
도시의 진짜 매력은 건물 사이로 갑자기 열리는 계곡에 있다. 사파 중심부에서 남서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호텔과 상점 뒤편으로 므엉호아 계곡이 펼쳐진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에는 마주한 산의 중턱까지만 보인다. 잠시 뒤 바람이 안개를 밀어내면 그 아래에 숨어 있던 논과 마을, 산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호텔을 고를 때 맞은편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산비탈의 호텔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사파에서는 날씨가 풍경을 결정한다. 그렇다고 맑은 날이 반드시 좋은 날은 아니다.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몇 분간 풍경이 열리는 순간이 오히려 더 극적이다. 여행자는 전망대 앞에서 기다리고, 호텔 발코니에서 커피를 마시며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나타나는 풍경에 취하기 마련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만큼 하노이보다 기온이 낮고 날씨 변화도 빠르다. 여름에도 저녁에는 얇은 재킷이 필요할 수 있고, 겨울에는 상당히 춥다. 우산보다는 바람에 강한 방수 재킷이 유용하다. 계단식 논과 마을길을 걸을 계획이라면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준비해야 한다. 하노이 시내나 사파 시내의 기념품 가게에 유명 상표의 아웃도어 등산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베트남에서 만들었다는 유명 상표의 등산복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물론 품질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정품인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판시판을 오를 계획이라면 가벼운 비가림 외투 하나쯤은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사파 첫날, 천천히 걷다 버스에서 내린 첫날부터 판시판(Fansipan)이나 장거리 트레킹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해발고도와 장시간 이동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사파 중앙광장과 석조성당, 호수 주변을 걸으며 도시의 방향을 익히는 정도가 알맞다.
사파 석조성당(노트르담 성당) 앞 광장은 도시의 중심이다. 주말이면 소수민족 주민과 관광객, 거리 상인들이 모이고 저녁에는 조명이 켜진다. 광장 주변의 골목에는 카페와 식당, 아웃도어용품점, 여행사가 이어진다. 판시판 케이블카 티켓이나 마을 트레킹 상품도 이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광장에서 까우마이 거리와 판시판 거리 방향으로 걸으면 카페와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나타난다. 계곡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베트남식 연유커피나 따뜻한 차를 주문해도 좋다. 안개가 짙어지면 전망은 사라지지만, 유리창에 빗방울이 흐르는 산악도시의 분위기 자체가 여행의 한 장면이 된다.
저녁에는 사파의 대표 음식인 연어전골이나 철갑상어전골을 맛볼 수 있다. 추운 고산지역에서 양식되는 생선을 채소와 함께 끓여 먹는 음식이다. 향신료와 민물생선에 익숙하지 않다면 숯불돼지고기나 닭고기, 볶음밥처럼 비교적 부담 없는 메뉴를 고르면 된다.
베트남 음식이 연이어 부담스러워질 때를 대비해 한식당의 위치도 알아두면 좋다. 사파에는 한식이나 한국식 바비큐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많다. 특히 HK 슬리핑 버스 정류장 근처의 서울식당은 다시 하노이로 이동하기 전 점심 식사용으로 김밥을 포장해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노이로 가는 도중 버스가 중간 휴게소에 정차해 식사할 수 있지만, 위생 상태나 음식이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보는 여행'보다 '기다리는 여행' 사파에 도착한 여행자는 조급해지기 쉽다. 판시판 정상은 구름에 가려 있고, 계곡도 안개 속에 사라져 있다. 비까지 내리면 먼 길을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파의 풍경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열린다. 아침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창밖이 점심 무렵 갑자기 맑아지기도 하고, 비가 그친 뒤 논 위로 구름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판시판 정상에서도 몇 분 전까지 하얀 안개뿐이던 시야가 잠시 열리며 황리엔선산맥의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파 여행에서는 하루 일정을 지나치게 촘촘하게 짜지 않는 것이 좋다. 판시판은 날씨가 좋은 시간대로 옮길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마을 트레킹 역시 비가 많이 내리면 다음 날로 조정하는 편이 낫다. 자연이 여행자의 계획에 맞춰주는 곳이 아니라, 여행자가 산과 날씨의 흐름에 맞춰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사파는 관광 명소의 숫자로 기억되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려 처음 마신 차가운 산 공기, 새벽 호텔 창밖으로 흐르던 구름, 논길에서 만난 아이와 물소, 비에 젖은 흙길의 감촉이 오래 남는다.
하노이에서 슬리핑 버스로 불과 여섯 시간. 그러나 여행자가 도착하는 곳은 단순히 베트남의 또 다른 도시가 아니다. 익숙했던 열대의 베트남을 벗어나 산과 안개, 소수민족의 삶과 계단식 논이 이어지는 전혀 다른 베트남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사파 여행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한다. 해발 3,143m, '인도차이나의 지붕'이라 불리는 판시판이다.
TRAVEL TIP 1. 사파에서 꼭 봐야 할 것들 판시판(Fansipan) 케이블카 '인도차이나의 지붕'이라 불리는 해발 3,143m 정상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깟깟(Cat Cat) 마을 몽족 전통마을로 폭포와 전통가옥, 수공예품을 둘러볼 수 있는 관광 마을이다.
므엉호아 계곡(Muong Hoa Valley) 세계적으로 유명한 계단식 논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함롱산(Ham Rong Mountain) 사파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대표 전망 명소다. TRAVEL TIP 2. 하노이에서 사파로 가는 방법 사파에는 공항이 없다. 한국에서 출발한다면 일반적으로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버스나 기차를 이용한다. 여행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교통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하노이에서 사파까지 바로 가는 슬리핑 버스다. 가장 편리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편도 요금은 3만 원 선이다. 두 번째는 하노이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라오까이역까지 간 뒤 다시 차량으로 사파에 오르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9~11인승 리무진 밴이다. 좌석에 앉아서 이동하는 방식이라 누워 가는 버스가 불편한 사람에게 적합하다. 주로 호텔에서 요청하면 예약을 도와주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현재 한국인 자유여행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선택은 슬리핑 버스 또는 VIP 캐빈버스다. 열차는 여행의 낭만은 있지만 라오까이역에서 사파까지 다시 약 1시간을 이동해야 해 전체 소요 시간이 8시간 이상 걸린다.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야간열차를 선호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면 버스는 하노이 중심가에서 출발해 사파 시내까지 바로 올라간다. 짐을 다시 옮기거나 환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특히 최근의 VIP 캐빈버스는 과거 동남아시아의 낡은 야간버스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승객 한 명 또는 두 명이 사용하는 독립형 좌석에 커튼이 달려 있고, 좌석을 거의 누운 상태로 젖힐 수 있다. USB 충전 단자와 독서등, 담요를 갖춘 차량도 많다. 다만 회사와 차량에 따라 시설 차이가 있으므로 예약 화면에서 반드시 버스 내부 사진과 좌석 형태를 확인해야 한다.
슬리핑 버스와 VIP 캐빈버스의 차이 사파행 버스를 검색하면 'Sleeper Bus', 'Cabin Bus', 'VIP Cabin', 'Limousine'이라는 표현이 뒤섞여 나온다.
일반 슬리핑 버스는 한 차량 안에 30명 이상이 누울 수 있도록 좌석이 2층으로 배열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좌석 폭과 길이가 좁다. 키가 큰 여행자나 개인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VIP 캐빈버스는 차량에 따라 20~24개 안팎의 독립형 좌석을 둔다. 커튼이나 칸막이로 공간을 분리해 일반 슬리핑 버스보다 편안하다. 혼자 여행한다면 1인용 캐빈, 부부나 가족이라면 2인용 캐빈을 선택할 수 있다.
리무진 밴은 누워 가는 버스가 아니라 넓은 리클라이닝 좌석에 앉아서 이동한다. 산길에서 누워 이동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멀미가 있는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리무진 밴이 더 적합하다.
하노이에서 슬리핑 버스 예약하기 사파행 버스는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예약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현장에서도 표를 살 수 있지만 주말과 베트남 공휴일, 여름 휴가철에는 원하는 시간대와 좌석이 일찍 매진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클룩(Klook)이나 12Go 같은 국제 예약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출발지에 'Hanoi', 도착지에 'Sapa'를 입력한 뒤 날짜를 선택한다. 운송회사, 출발 시각, 좌석 형태, 승차 장소를 비교한 후 결제하면 모바일 바우처가 발급된다.
운송회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할 수도 있다. HK Buslines는 하노이-사파를 비롯해 닌빈·하롱·다낭·호이안 등 여러 노선을 운영하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예약과 고객센터 연락처를 제공한다. 사파 익스프레스 역시 하노이와 사파를 연결하는 버스의 출발지와 시간표를 공식 사이트에서 안내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과 버스회사 홈페이지에 표시되는 출발 시간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같은 회사라도 차량 종류와 승차 지점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약을 마친 뒤에는 바우처에 적힌 승차 장소와 집합 시각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사파 익스프레스의 공식 안내에는 하노이와 사파를 오가는 버스가 중간 휴게소에 정차하는 일정이 나와 있다. 사파에서 하노이로 오는 일부 차량은 라오까이를 지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과 식사를 위한 휴식 시간을 갖고, 노이바이국제공항을 거쳐 하노이 시내로 들어온다. 실제 운행 시간은 교통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버스 예약 전 반드시 확인할 다섯 가지 첫째는 정확한 승차 장소다. 하노이 구시가지의 호텔 앞에서 픽업해 주는 상품도 있지만 모든 숙소가 대상은 아니다. 일부 버스는 구시가지의 지정 사무실이나 쩐꽝카이 거리 주변에서 출발한다. 사파 익스프레스는 상품에 따라 하노이 13 Hang Thung 또는 지정 사무실에서 출발해 사파 1 Vuon Treo 부근에 도착한다고 안내한다.
둘째는 호텔 픽업 포함 여부다. 'Old Quarter Pick-up'이라고 적혀 있어도 대형버스가 호텔 앞까지 오는 것은 아니다. 작은 승합차가 여러 숙소를 돌며 승객을 모아 버스 사무실로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 좁은 골목이나 주말 차량 통제구역 안에 있는 호텔은 가까운 큰길까지 걸어 나와야 할 수도 있다.
셋째는 도착 시각이다. 밤 10시 전후에 하노이를 출발하면 새벽 3~5시에 사파에 도착할 수 있다. 일부 회사는 승객이 아침까지 버스 안에서 잠시 더 쉬도록 허용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새벽 도착 버스를 선택했다면 호텔에 조기 체크인이나 짐 보관이 가능한지 미리 문의하는 것이 좋다.
넷째는 좌석 위치다. 멀미가 있다면 버스 뒤쪽보다 앞쪽이나 가운데 아래층이 낫다. 2층 좌석은 전망은 좋지만 차량의 흔들림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다섯째는 노이바이국제공항 승차 가능 여부다. 하노이에 머물지 않고 공항에서 바로 사파로 이동하려는 여행자라면 공항 픽업이 가능한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도착 항공편과 버스 사이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어야 한다. 입국심사와 수하물 수령, 터미널 이동, 버스 지연 가능성을 고려하면 항공기 도착 직후 촉박하게 버스를 예약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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