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외형 확장 고집하다 직격탄…동화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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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이 동남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호기롭게 나섰던 베트남 약국 체인 사업이 무리한 '외형 확장'의 덫에 걸려 모회사 실적을 뒤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공격적인 출점 경쟁과 유통 실험을 감행했으나 자회사의 적자 폭이 되레 확대되면서 지난해 동화약품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8% 급감하는 초유의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현지 대형 체인들이 대도시 포화를 피해 지방 소도시로 영토를 확장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과 대조적으로, 동화약품은 결국 올해 출점 목표를 전면 폐기하고 부실 점포를 솎아내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동화약품은 오너 4세 윤인호 대표 체제 하에서 126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투자를 단행했다. 동화약품은 지난 2023년 약 366억원을 투입해 현지 의약품 약국 체인 중선파마(Trung Son Pharma)를 보유한 'TS Care Joint Stock Company' 지분 51%를 전격 인수했으며, 지난해 지분율을 약 56%까지 끌어올렸다.
인수 직후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2022년 기준 140개 안팎이던 중선파마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40개를 넘어설 만큼 급격히 불어났다. 지난해 3월에는 GS25베트남과 손잡고 약국과 편의점을 결합한 최초의 숍인숍(Shop-in-shop) 매장까지 론칭하는 파격적인 유통 실험을 강행했다. 올해 안에 매장 수를 400~460개까지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 동화약품의 원래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무모한 덩치 키우기는 내실 파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중선파마의 매출은 2024년 756억원에서 2025년 796억원으로 5.2%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72억원에서 106억원으로 오히려 확대되며 적자 늪이 깊어졌다. 자회사의 적자 누적은 모회사 실적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지난해 동화약품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98% 급감한 2억5,700만원 수준에 머무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1분기 역시 적자 탈출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선파마의 1분기 매출은 177억원으로 전년 동기(211억원) 대비 16.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상태가 지속됐다. 결국 동화약품은 무리한 출점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임대료 대비 효율이 나지 않는 비효율적인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는 '내실화'로 전략을 급선회했다. 실제로 최근 호치민 시내에 위치했던 일부 중선파마 매장이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잇따라 철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동화약품이 적자에 허덕이며 외형 확장을 포기하고 매장 정리에 나선 반면, 베트남 현지의 대형 약국 체인들은 대도시를 넘어 지방 소도시 진출을 가속화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 시장조사 업체 큐앤미(Q&Me)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베트남 전국 492개에 불과했던 약국 체인 매장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 소매 유통사들의 신규 진출로 2022년 2,006개까지 급증한 뒤, 2026년 현재 4,000개를 돌파한 상태다. 현재 베트남 약국 체인 시장은 FPT리테일의 FPT롱쩌우(FPT Long Chau), 파마시티(Pharmacity), 모바일월드의 안캉(An Khang) 등 3대 대형 체인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 1위인 롱쩌우는 지난 1년간 약 400개 매장을 추가로 내면서 전국 2,381개 점포를 확보,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다. 뒤이어 파마시티와 안캉이 각각 1,065개, 415개 매장으로 2~3위에 올라 있으나 선두와의 거리는 상당한 편이다. 두 회사의 지난 1년간 매장 순증 건수 역시 100개 안팎을 유지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특히 큐앤미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현재 기준 하노이와 호치민시를 제외한 지방 소도시의 약국 체인 수는 2,496개로 전체의 61%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호치민시와 하노이 매장 수가 204개, 98개 증가에 그친 사이, 지방 소도시는 327곳이 신규 출점되며 압도적 성장세를 보였다. 대도시의 성장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현지 유통 대기업들이 일제히 지방으로 눈을 돌려 성공적인 확장을 이어가는 와중에, 동화약품의 중선파마만 홀로 철수한 셈이다.
방만한 확장으로 초래된 베트남 사업의 수익성 파탄을 해결하기 위해 동화약품은 결국 유통과 재무 분야의 검증된 탑티어 외부 베테랑들을 현지 전면에 전진 배치하는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장 먼저 투입된 구원투수는 지난해 11월 베트남 대표사무소장으로 선임된 구형모 전무다. 구 전무는 과거 CJ제일제당의 HBC 부문을 현재의 국내 최고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CJ올리브영'으로 탈바꿈시키고 2017년 1,000호점 출점 신화를 이끌어낸 유통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중선파마가 벌려놓았던 비효율 유통 구조와 매장 공급망 체계를 체계적으로 뜯어고치는 중책을 맡았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중선파마 호치민 지사장으로 신용재 상무를 긴급 투입하며 재무 전선을 보강했다. 신 상무는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호텔신라, SK온 등에서 글로벌 투자와 재무 관리를 총괄했으며, 호텔신라 중국법인과 호텔신라-선아트리테일그룹(SunArt Retail Group) 합작법인에서 CFO를 지내며 철저한 비용 통제 능력을 입증한 인물이다. 전임 자들이 과도하게 확장해놓은 비효율 매장을 냉정하게 솎아내고 자산을 효율화하는 현지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게 되었다.
동화약품이 적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베트남에 베팅했던 이유는 현지 약국의 독특한 보건 환경과 압도적인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약국은 단순한 의약품 판매처를 넘어 가벼운 외상 처치까지 도맡는 미니 의원에 가깝다. 환자의 상태와 증상을 살핀 다음, 넘어져 쓸린 상처를 소독하고 거즈 드레싱까지 해내며 필요한 만큼 의약품을 개봉해 낱개 판매하는 등 현지인들의 삶과 가장 밀착된 보건의 최전선이다. 골목 구석구석 전국 6만여 곳(2024년 기준)에 달하는 이 거대한 보건 거점 시장은 인구 고령화와 중산층 확대를 타고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마크그룹(IMARC Group)의 데이터에 따르면, 베트남 제약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74억3,760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며, 온라인 약국(e-pharmacy) 등의 대중화에 힘입어 2025~2033년 연평균 7.34% 성장해 2033년이면 140억6,970만 달러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성인병 등 만성질환자 급증에 따른 의약품 수요가 무궁무진한 황금알 시장인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동화약품이 본업인 국내 OTC 부문에서 활명수(218억원), 판콜(158억원), 잇치(116억원) 등의 안정적 성장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연결 매출 1,306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4.8% 급증하는 등 뚜렷한 실적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해외 사업의 성패가 오너 4세 윤인호 대표의 경영 성적표를 가름할 최종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동화약품은 금융비용이 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3% 급증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억원으로 급감하는 등 해외 투자에 따른 차입 부담과 재무적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무리한 외형 경쟁 대신 철저한 비용 통제와 내실화로 선회한 중선파마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올해 하반기 실질적인 순이익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수 있느냐에 따라 동화약품의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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