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미국산 투계’ 동남아 공급망 차단 실패…AWA "잠입 조사로 물증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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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미국발 투계(싸움용 수탉) 직항 운송 중단 조치가 불과 두 달 만에 '베트남 우회 노선'이라는 허점에 뚫렸다. 불법 밀매업자들이 베트남을 경유한 새로운 우회로를 찾아내면서, 대한항공이 국제 불법 투계 시장의 핵심 동남아 공급망 고리를 여전히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조를 강조해 온 대한항공의 평판 리스크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관측이다.
3일 미국 동물 보호·동물권 관련 비영리 단체(NGO) 애니멀 웰니스 액션(Animal Wellness Action, 이하 AWA)에 따르면 미국의 불법 닭싸움 밀매업자들이 △댈러스 △로스앤젤레스(LA) △애틀랜타 등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화물 노선을 이용해 투계를 베트남 호치민으로 먼저 운송한 뒤, 타 항공사로 환적해 최종 목적지인 필리핀 마닐라로 밀수하는 우회 경로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WA 측은 자체 잠입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증거를 확보해 대한항공 측에 전달했으며, 미국발 게임파울(Gamefowl) 운송 자체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4월 말, 미국 남서부 및 남동부 농장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마닐라로 향하던 연간 4만~5만 마리 규모의 수탉 운송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시 AWA와 '인도적 경제 센터(Center for a Humane Economy)'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계 업자들이 관련 화물을 번식용 조류 등으로 신고해 연간 1억 달러(약 1500억원)에 달하는 불법 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한항공 측은 "관련 법규에 따라 살아있는 동물의 합법적이고 안전한 운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탉 운송 중단 방침을 발표했으나, 불법 업자들이 서류상의 허점을 악용해 새로운 우회 노선을 확보하면서 선제적 조치가 빠르게 무력화됐다.
AWA는 "운송 경로만 바뀌었을 뿐 불법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며 "마닐라행 직항을 중단했다고 해서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호치민으로 운송한 뒤 다른 항공사에 넘겨 최종 목적지까지 보내는 것 역시 동일한 국제 밀매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AWA는 성체 수탉 한 마리를 미국에서 아시아까지 운송하는 데 최대 180달러(약 27만원)의 비용이 드는 만큼, 이는 일반 농업 목적이 아니라 필리핀 투계 시장을 겨냥한 거래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AWA에 따르면 이 게임파울들은 오직 닭싸움을 위해 특수 사육된 전문 혈통(Hatches, Kelsos 등)으로, 필리핀 현지에서는 마리당 2000달러(약 30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현재 필리핀의 온라인 투계 시장 규모는 연간 판돈이 130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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