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K-금융 명암] 자산 불린 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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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2곳이 지난해 나란히 몸집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정작 성적표는 정반대였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몸집은 키웠지만 이익이 줄었고, 베트남우리은행은 이익까지 늘렸지만 그 이면에 경고음이 켜졌다. 두 은행의 상반된 궤적은 올 들어 더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이 공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총자산은 237조 동(약 91억2,42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베트남우리은행의 총자산은 84조2,510억 동(32억4,350만여 달러)으로, 절대 규모는 신한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증가율은 26.79%로 신한보다 오히려 높았다. 신용(대출) 확대 속도도 신한(+24%)과 우리(+36%) 모두 가팔랐는데, 우리 쪽이 한층 더 공격적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세전이익은 5조4,120억 동(약 2억84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세후순이익은 4조3,170억 동(약 1억6,620만 달러), 순이자마진(NIM)은 3.79%를 기록했다.
은행 측은 업계 전반의 조달비용 상승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우대금리 프로그램 확대, 디지털 전환 투자 확대를 이익 감소의 배경으로 꼽았다. 외화(달러) 자산 비중이 높은 외국계 은행 특성상 원-동(VND)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은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우리은행의 지난해 세전이익은 1조5,100억 동(5,810만여 달러)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다. 외국계 은행 대부분이 이익 감소를 겪은 한 해에 보기 드문 성장세였다. 순이자수익이 17% 늘어난 게 주된 배경이다.
문제는 그 성장의 결이다. 2017년 현지 법인 전환 뒤, 베트남우리은행의 총자산은 15조8,340억 동(약 6억960만 달러)에서 지난해 말 84조2,520억 동(약 32억4,360만 달러)으로 5.3배 불어났다. 같은 기간 대출채권은 6조1,870억 동(약 2억3,820만 달러)에서 52조7,930억 동(약 20억3,250만 달러)으로 8.5배 늘어 자산 증가분을 크게 앞질렀다. 2018~2021년이 몸집을 키우는 시동 단계였다면, 최근 2년은 본격적인 대출 실행 사이클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한 해에만 순수하게 14조 동 넘는 신용을 새로 공급하며 36% 성장률을 기록,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정작 대출을 받쳐줘야 할 예금은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지난해 예금잔액은 28조9,510억 동(약 11억1,460만 달러)에서 36조3,480억 동(13억9,930만여 달러)으로 26% 늘긴 했지만, 대출 증가율(36%)에는 못 미쳤다.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사이로 보면 대출은 80% 급증한 반면 예금은 2022년 정점(44조5,680억 동) 대비 18%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대출이 예금을 16조4,450억 동(6억3,310만여 달러)이나 초과했다. 대출이 예금보다 빠르게 늘면 은행은 유동성 측면에서 수동적인 처지에 놓이고, 신용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다른 자금원을 찾아야 한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안정적이고 비용이 합리적인 자금 조달이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조달비용 상승은 결국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현지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익의 질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대출을 20조 동 넘게(32조7,380억 동에서 52조7,930억 동으로, 61%) 늘렸는데, 세전이익은 1조5,100억 동(5,810만여 달러) 안팎에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2년간 대출을 61% 확대하고 늘어난 이익이 겨우 50억 동(19.2만 달러) 남짓이었던 셈이다. 대손충당금이 810억 동(310만여 달러)에서 2,090억 동(800만여 달러)으로 158% 뛰면서 이익을 갉아먹은 탓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도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세전이익은 2조5,900억 동(9,970만여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 2년 연속 감익이 이어지고 있다. NIM도 지난해 3.79%에서 3.30%로 더 낮아졌다. 다만 총자산이익률(ROA) 1.64%, 자기자본이익률(ROE) 10.45%, 부실채권(NPL) 비율 0.55%, 자본적정성비율(CAR) 20.70% 등 건전성 지표 자체는 여전히 우량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우리은행 쪽은 지난 7월 31일 베트남중앙은행(SBV) 제5구역 감사국이 타이응우옌 지점에 대한 감사 결과(공문 126/TB-TTNH)를 발표하며 파장이 커졌다. 여신 심사·승인 과정의 부실과 사후관리 미흡이 적발됐고, 앞서 4월 중앙은행 총재가 내린 지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봐도 흐름은 비슷하다. 베트남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자산은 5조5,528억 원으로 1년 새 43.3% 불어났고, 부채도 4조4,304억 원으로 50.3% 늘었다. 반면 영업수익은 1,994억 원으로 오히려 12.8% 줄었다. 반기순이익은 364억 원으로 전년 동기(359억 원)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고, 반기총포괄손익만 전년 동기의 -648억 원(적자)에서 1,118억 원(흑자)으로 크게 개선됐다.
자산은 계속 부풀어 오르는데, 그만큼의 수익이 따라오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급격한 외형 성장과 그에 따르지 못하는 관리·수익성이라는 지난해의 숙제가, 올해 들어 규제 당국의 감사로까지 이어진 모습이다.
두 은행은 서로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건전성은 탄탄하지만 2년 연속 이어지는 이익 감소를 풀어야 하고, 베트남우리은행은 외형 성장은 가팔랐지만 그 과정에서 불거진 여신관리 리스크를 수습해야 하는 처지다. 몸집을 불리는 것과 그 몸집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은, 결국 다른 문제라는 걸 두 은행의 최근 성적표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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