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오르는데 묶인 대출금리” 베트남 은행권의 '이상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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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고금리 금융 환경이 장기화하고 있다. 대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예금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다 보니, 은행들이 예금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예금·대출 금리가 같이 오르면 은행권 수익성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정작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줄고 있다.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답 안에 이미 승자와 패자가 갈려 있다.
8월 기준 4대 베트남 국영상업은행의 6~9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3.5%다. 자금이 급한 중소형 은행들의 사정은 다르다. 내셔널은행(NCB)은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공시금리가 연 9.4%에 달하는데, 지점별 특판이나 직원 프로모션까지 더해지면 실제 금리는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
다른 민간은행들도 공시금리보다 약 3%포인트 높은 9%대 '비공식 금리'를 제공하는 게 일상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억 동에 불과한 소액 예금으로도 9%에 가까운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게 지금 베트남 예금 시장의 현실이다.
베트남 증권사 SSI증권의 리서치팀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예금잔액은 6월 중순 기준 1경8,200조 동(약 6,977억8,620만 달러)으로 연초 대비 6.16%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잔액은 2경150조 동(약 7,725억4,900만 달러)으로 8.4%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예금과 대출의 격차가 2,000조 동(766억7,980만 달러) 가까이 벌어지면서, 업계 전체 예대율(LDR)은 110%까지 뛰어올라 최근 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하여, 팜 느 안(Pham Nhu Anh) 군대은행(MBBank) 대표는 지난 4월 정기주총에서 "2021년에는 은행권 전체가 예금 100동을 받으면 대출을 95동 내줬지만, 지금은 예금 100동에 대출이 112동에 달한다"며 자금 조달상 어려움을 전하기도 했다.
빌려줄 돈보다 빌리려는 돈이 많으니, 예금금리를 올려서라도 자금을 끌어모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SSI리서치는 베트남 경제가 설비 투자가 성장을 이끄는 투자 주도형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베트남 남북부 제조업 중심지에서 관련 신용이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는 배경이다.
반면, 부동산은 결이 다르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실수요는 얼어붙어, 올해 1분기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줄고 미분양 재고는 27.8% 늘었다. 그런데도 부동산 대출은 전체 신용의 25.73%를 차지하고, 이 중 절반은 주택 구매가 아닌 개발 업체 사업자금이었다.
시장은 식었는데 개발업체의 대출 의존도는 더 커졌다. 부동산 업계의 대출 의존도가 심화하자, 베트남중앙은행(SBV) 역시 "부동산이 은행 신용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금금리만 오르고 대출금리는 제자리에 머물면서,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1%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다. 우연이 아니다. 레 민 흥(Le Minh Hung) 총리와 중앙은행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질 대출금리를 낮출 것을 지속적으로 지시하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스스로도 정책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두 자릿수 성장 목표가 멀어지고, 낮추면 이미 목표치(4.5%)에 다가선 물가(8월까지 평균 4.45%)가 더 뛸 수 있어서다.
같은 6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루피아 방어를 위해 한 달 새 세 차례, 필리핀도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이와 비교하면 베트남의 정책금리 동결은 신중한 선택에 가깝다. 정책금리로 유동성을 직접 풀어주지 못하는 사이 시장금리는 은행권 경쟁에 맡겨졌지만, 대출금리 상방이 막히다보니, 예금금리만 오르는 비대칭적 구조가 지금의 예대금리차 축소를 만들어낸 셈이다.
대형 은행들은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비엣콤은행(Vietcombank)는 지난 2분기 세전이익이 17조4,000억 동(6억6,710만여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고, 비엣틴은행(Vietinbank) 역시 14조7,000억 동(약 5억6,360만 달러)으로 22% 증가했다. 세후순이익 기준으로는 비엣콤은행과 비엣틴은행, VP은행,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군대은행 등 5곳이 나란히 8조 동(3억670만 달러)을 넘어섰다. 국영상업은행뿐 아니라 대형 민간은행까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예금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브랜드 신뢰도와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대형 은행으로 자금이 쏠린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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