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팔도 웃고 오뚜기 주춤한 이유…“라면 집중 vs 종합식품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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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면 시장에서 한국 식품 기업의 자존심을 걸고 현지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인 팔도와 오뚜기가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현지 사업의 화력을 라면 카테고리에 집중한 팔도가 16%가 넘는 파격적인 순이익률을 기록하며 외형을 키운 반면, 소스류와 가정간편식(HMR) 등 종합식품으로 라인업을 넓힌 오뚜기는 매출 정체와 함께 단기 실적 부담을 겪고 있다.
양사의 이 같은 실적 갈림길은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 차이가 아닌, 베트남 현지 공장 인프라를 활용하는 '사업 구조 및 포트폴리오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양사의 베트남 법인 외형 격차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팔도 베트남 법인(팔도비나)의 2025년 매출은 1,399억 원으로 2023년(797억 원) 대비 2년 만에 75.5%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29억 원을 기록하며 순이익률 16.3%라는 알짜 실속을 챙겼다. 완전한 현지 생산 체제를 바탕으로 판가 경쟁력과 이익률을 동시에 확보한 결과다.
반면 오뚜기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890억 원을 기록했다. 오뚜기 역시 최근 5년간 연평균 18% 이상의 고성장세를 지속해왔으나, 베트남 현지 생산 한국 라면 제조사 간의 세력 대결에서는 팔도비나가 매출 규모와 수익성 모두에서 우위를 점한 모양새다.
여기에 상장사인 오뚜기가 공시한 2026년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오뚜기 베트남 법인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43% 감소한 168억 원, 당기순이익은 11.16% 줄어든 5억1,900만 원에 그쳤다. 글로벌 유통업체 진입에 따른 내수 경쟁 심화와 신유통 채널 확장 과정에서 판촉·유통 비용 부담이 커지며 단기 성장통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비상장사인 팔도는 분기 실적 공시 의무가 없어 1분기 세부 수치가 공개되지 않지만, 현지 생산망을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의 실적 구조를 가른 첫 번째 열쇠는 베트남 현지 포트폴리오의 집중도다. 팔도는 라면 외에도 남부 떠이닌 제2공장에 음료 라인을 구축 중이나, 베트남 사업의 주력 제품군은 단연 '라면'에 집중되어 있다. 현지 전용 브랜드 '코레노(Koreno)'를 중심축으로 삼아,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베트남 전통 방식을 깬 '4분 끓임면'과 '코레노 프리미엄 7단계 매운 라면' 등 맞춤형 라면 라인업을 가동 중이다. 이처럼 라면 중심의 품목 집중화는 공장 설비 효율화와 대량 생산 체제로 이어져 16.3% 순이익률의 핵심 발판이 됐다.
반면 오뚜기의 베트남 접근법은 시작부터 라면에 국한되지 않는 '종합식품기업' 모델이었다. 오뚜기는 빈즈엉 공장과 박닌 공장 두 곳에서 라면 외에도 마요네즈·케챂 등 소스류와 B2B 외식업체용 식자재, 할랄 인증 제품 등 770여 종에 달하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생산·공급해 왔다. 현지 외식 생태계 저변에 깊숙이 침투하는 장점이 있지만, 다품종 생산 체제 특성상 유통 채널 관리 및 판촉 마케팅 비용 지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했다.
베트남 생산 인프라를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향성은 양사 모두 동일하다. 다만 수출 품목과 영토 확장 방식에서 결이 갈린다.
팔도는 북부 푸토 제1공장과 남부 떠이닌 제2공장을 잇는 연간 7억개 규모의 남북 생산 벨트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캄보디아, 싱가포르, 대만,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10여 개국으로 '코레노'와 음료 제품을 수출하는 라면 수출 거점으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오뚜기 역시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지 특화 라면(러우타이면·오빠라면 등)과 소스류를 바탕으로 인접국인 캄보디아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베트남 생산 기지를 할랄 인증 제품의 전초기지로 삼아 동남아 무슬림 권역과 중동 시장까지 겨냥하는 다각화된 글로벌 영토 확장을 추진 중이다.
식품 업계에서는 양사의 전략적 차이를 두고 단일 품목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와 다다품목을 통한 안정적 장기 생태계 구축 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보고 있다.
팔도는 연 7억개 생산망을 기반으로 베트남 내수 지배력을 더욱 늘리는 동시에 아세안 라면 수출 허브로서의 지위를 강화할 전망이다. 반면 오뚜기는 소스류와 B2B 식자재라는 든든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현지화 라면 제품과 할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베트남 법인의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오뚜기의 2분기 실적 발표와 비상장사인 팔도의 현지 생산망 확대가 맞물리는 가운데, 라면 분야에 현지 화력을 집중해 알짜 실속을 차린 팔도의 고속 질주와 종합식품 체질 개선에 나선 오뚜기의 전략이 베트남 시장에서 어떤 구도를 연출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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