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심사, 대학에 역할 분담”… 한국, 해외 우수인재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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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ews.unn
유학생 중국·베트남 편중 심각… 현지 발굴·지역 정착 인센티브 확대 등 주문
범정부 차원의 ‘유학생 정책 조정위원회’ 신설 등 통합 거버넌스 구축 촉구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해외 우수인재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정부 주도의 비자 심사를 ‘대학·기업’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고교부터 해외 영재를 선발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유학생·이민 정책을 통합할 법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우수 해외인재 육성·정주여건 개선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종관 연세대 교수(인구와인재연구원 부원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사례로 들며 “천재가 태어날 확률은 어디서나 비슷하다. 한 나라의 성공은 이런 인재를 얼마나 빨리 흡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해외 우수인재 유치의 경제적 당위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실증 연구를 인용해 고숙련 이민자 비율이 늘어날수록 특허 출원 등 혁신 지표가 함께 증가한다고 설명하며 “우수인재 이동의 핵심 요인은 ‘집적 효과’(agglomeration effect)로, 이미 우수인재가 많이 정착한 곳으로 추가 인재가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 이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어 조세 감면 등 재정 인센티브가 유의미한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이에 더해 네 가지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비자 심사 권한의 역할 분담이다. 첨단기술 분야 우수인재는 이동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재처럼 정부가 획일화된 기준으로 심사하는 방식으로는 속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수 연구대학에 총장 추천서 등만으로 즉시 비자를 발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비자 관련 권한을 부여하고, 유망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에 한해 비자 심사 기간을 1~2주내로 단축하는 시스템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정부는 보안 및 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중·고등 단계 해외 영재 조기 유치다. 그는 싱가포르의 ‘아세안 장학금’ 제도를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베트남·중국 등의 최상위권 학생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하고 싱가포르 대학 진학 후에도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인재를 정착시키는 데에는 어린 시절을 어느 나라에서 보냈는지가 중요하다”며 “외고·과학고 수준의 해외 영재를 국내에 유치하자”고 제안했다.
세 번째는 유학생 파이프라인 고도화다. 대학은 우수인재를 묶어두는 베이스캠프로 학부 4년, 석사 2년, 박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연스럽게 국내 문화와 네트워크를 습득하게 된다는 논리다.
네 번째는 외국인 정책과의 연계다. 이 교수는 “우수인재도 자국인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곳을 선호한다”며 “일반 외국인이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우수인재 유치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손윤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장학금·비자 전환·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는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수단에 그칠 뿐, 정착 유도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글로벌 경쟁력 있는 대학의 수를 늘리는 질적 성장, 기업의 외국인 채용 수요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장기 로드맵 수립, 사회 전반의 외국인 포용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손 연구위원은 “청소년기에 한국 교육을 받은 이주 배경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 한국 정착을 희망하는 비율이 높다”며 “중·고 단계 조기 유치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미성년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부모가 동반 체류해야 하지만 취업 활동이 제한돼 있어 비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최창용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국가 매력도는 최근 3~4년 사이 K-콘텐츠 붐을 타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압도적 1순위로 부상했다”고 진단하면서도 “규칙을 만드는 나라, 유연성 있는 나라로서의 위상은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하며 우수 유학생 인재 유치 전략에 초점을 맞춘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최 교수가 제시한 현황 진단의 핵심은 두 가지 불균형이다. 먼저 국적 편중 문제로, 현재 외국인 유학생의 60% 이상이 중국·베트남 2개국에 집중돼 있다. 또 하나는 전공 불균형 문제다. 이공계 대학원생 비율이 전체 유학생의 약 20% 수준에 그쳐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지역별로도 서울·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국내에서 안고 있는 수도권 집중 문제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계기로 더 고착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K팝 시스템에서 정책적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는 독특한 접근도 제시했다. K팝이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현지에서 인재를 발굴·육성해 세계 시장을 석권했듯, 인재 유치도 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현지에 나가 인재를 발굴하고 유치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최 교수는 △국제개발협력 중점 협력국 선정 기준에 우수인재 유치 가중치 부여 △방산·첨단산업 협력국 대상 인재 유치 확대 △수도권 쏠림 방지를 위한 지역 정착 인센티브(기업 임금 보전, 채용 매칭 등) △유학생 관리 혁신을 위한 교육국제화역량 인증 지표에 국적 다양성 반영 △법무부·교육부 협력 강화 △대학 내 국제업무 전문 트랙 설치 등 구체적 7가지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장(순천향대 교수)은 “발표에서 제시된 다양한 정책대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처 간 정책 조정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캐나다는 이민난민부(IRCC)가 유학생·이민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며, 호주는 내무부(Home Affairs)를 중심으로 교육부와 주정부가 연계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 법무부는 체류관리, 고용노동부는 취업지원,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인력 정책을 각각 담당하고 있어 정책의 분절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범정부 차원의 ‘유학생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광역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참여하는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우수 유학생 정책의 성패는 개별 사업보다 통합적 거버넌스 체계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임동진 회장은 “유학생 시장 전체가 전 세계적으로 2~5배 성장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학생 수 확대가 아니라 국제 교육 서비스 산업으로 접근하는 시각 전환도 필요하다”며 “법무부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설립한 2007년 당시 외국인 인구는 100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290만 명이 됐음에도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다. 관련 법률의 조속한 통과와 함께 법무부가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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