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억 투입 9년 지났지만…대웅제약, 베트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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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이 베트남 주요 제약사 트라파코(Traphaco) 지분 투자를 통해 베트남 시장에 뛰어든 지 9년이 지났다. 2018년에는 이사회에 한국 측 인사가 들어갔고, 기술이전 협력은 세 단계에 걸쳐 42개 제품으로 이어졌다.
다만 9년이 지난 현재 숫자를 보면, 당시 거래가였던 주당 14만 1,500동은 올해 4월 7만 4,500동으로, 10월에는 무상증자 조정 기준 7만 동 안팎으로 내려와 있다.
협력의 중심인 기술이전 제품의 지난해 매출 목표는 트라파코 전체 매출 목표의 1%대에 그쳤으며, 실제 증가율도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대웅제약이 직접 낸 신약 펙수클루 역시 상반기까지 베트남 허가를 아직 받지 못했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 당뇨병 신약 '엔블로' 등을 앞세운 국내 제약사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4% 늘어난 8,263억 원, 영업이익은 903억 원이다. 반기보고서는 나보타 수출 증가를 매출 성장의 요인으로 꼽았다.
대웅이 손잡은 베트남은 빠르게 커지는 시장이다. 베트남통신(VNA)은 지난해 9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인용해 베트남 의약품 시장이 2023년 약 70억 달러 규모이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7.3% 이상 성장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디인베스터(The Investor)는 지난 7월 사이공하노이증권(SHS) 보고서를 인용해 베트남 의약품 시장이 2023년 약 70억 달러 규모에서 올해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했다.
수입 의존도도 높다. 베트남 해관(세관)에 따르면, 2024년 의약품 수입액은 약 44억 달러였고, 현지 생산이 내수의 60% 이상을 충당하는 가운데 정부는 2030년까지 이 비중을 8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웅이 현지 제약사와 손잡은 배경이다.
대웅의 트라파코 투자는 201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지 매체 브랜즈베트남(Brands Vietnam)에 따르면 그해 11월 6일 홍콩의 매그비펀드(Magbi)와 싱가포르의 슈퍼델타(Super Delta)가 트라파코 지분 약 40%를 주당 14만1,500동, 총 2조3,000억 동 넘게 들여 사들였다.
매그비가 25%, 슈퍼델타가 15%(627만 주)를 가져갔고, 현지 영문 매체는 2023년 10월 대웅제약을 지분 15%의 전략주주로 소개했다.
당시 슈퍼델타 몫의 지분 가치는 약 8,870억 동으로, 매각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3,9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30억 원) 규모다. 매각 측 메콩캐피털은 11월 11일 보도자료에서 자사 펀드의 지분 24.99%를 같은 가격에 6,450만 달러 이상으로 팔아 달러 기준 총수익배수가 6.3배라고 밝혔다. 베트남 증권정보 플랫폼 비엣스톡(Vietstock)에 따르면 그해 8월 중순 평균 주가는 12만 동이었다.
대웅 쪽 경로는 지주사 (주)대웅의 반기보고서에 나온다. (주)대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제약사 투자를 통한 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한 사모투자신탁(LK GHC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에 95억 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가 슈퍼델타를 99.12% 지배하고, (주)대웅의 펀드 지분율은 20.7%다.
지분율로 역산한 펀드 전체 규모는 약 460억 원으로 슈퍼델타 매입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웅제약 반기보고서도 이 펀드를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한다.
경영 참여도 이뤄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2018년 7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슈퍼델타는 김동휴 대웅제약 베트남 지사장을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올해 4월 17일 주주총회에서 확정된 7명의 이사진에도 김동휴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투자 가격과 현재를 견주면 격차가 상당하다. 올해 4월 17일 주주총회 날 트라파코 주가는 상한가인 7만 4,500동으로 2017년 거래가보다 47% 낮은 수준이다.
8월 말 1대 1 무상증자로 주식 수가 4,145만 주에서 8,290만 주로 늘어 10월 16일 종가는 3만 5,000동이지만, 증자 전 기준으로 환산하면 7만 동이어서 거래가보다 51%가량 낮다. 이는 배당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 비교이며, 트라파코는 2024년 결산에 현금배당 40%(총 1,658억 동)를 결의했다.
주가 흐름은 단순한 하락은 아니다. 현지 매체와 증권사 보고서, 시세 사이트 자료를 종합하면, 지분 투자 전 14만 동까지 올랐던 주가는 2020년 4월 5만4,000동 안팎까지 떨어졌다. 2022년 2월에는 9만1,100동, 그해 10월 9만8,000동으로 회복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7만6,000동대로 다시 주저 앉았다.
(주)대웅 반기보고서상 이 펀드의 올해 6월 30일 기준 장부가액은 59억 원으로, 출자금 95억 원보다 36억 원 적다. 상반기 중 장부가액 변동은 없었다.
다만, 트라파코 자체는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2조6,570억 동, 세후이익은 2,780억 동으로 전년보다 각각 13%, 8%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조3,702억 동, 세후이익 1,331억 동으로 모두 8%대 증가했다. 다만 2024년에는 매출과 이익이 계획의 95.4%, 84.9%에 그쳤고, 올해 상반기 실적은 연간 목표 대비 매출 47%, 이익 43.5% 수준이다.
협력의 중심은 기술이전이다. 2019년 3월 1단계에서는 대웅 제품 8개의 기술을 넘겨받기로 했는데, 여기에는 간장약 '우루사'가 포함됐다. 2021년 8월 19일 2단계 착수식에서는 12개 제품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매체는 세 단계에 걸친 협력이 42개 제품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14일에는 대웅 전문가단이 생산 기술을 넘기기 위해 트라파코를 찾았다.
문제는 협력의 성과 목표치와 실적이다. 트라파코는 지난해 4월 주주총회에서 기술이전 제품 매출 목표를 전년의 2배인 약 400억 동으로 제시했으나, 이는 같은 해 연결 매출 목표(2조 5,590억 동)의 1.6% 수준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트라파코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매출 증가율은 64%에 그쳐 목표했던 '2배(100%) 성장'에 미치지 못했다. 기술이전 품목이 현지 실적을 주도하는 메인 라인업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여전히 비중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라파코는 올해 4월 17일 주총에서 유럽 GMP(EU-GMP) 기준의 새 공장 계획을 공개했다. 총투자액은 약 7,000억 동, 설계 생산능력은 연 9억 정이며, 올해 착공해 2029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자금은 자기자본과 상업 차입으로 절반(약 3,500억 동)씩 마련한다. 올해 6월 말 트라파코의 부채는 7,367억 동으로 연초보다 15.8% 늘었고, 차입금은 1,292억 동으로 4.6% 줄었다.
트라파코 경영진은 이 공장을 고기술 의약품과 병원 입찰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티켓'이라고 설명했다. 디인베스터에 따르면 베트남은 EU-GMP나 일본 GMP 인증 시설에서 만든 의약품에 공공 입찰 1·2군 우선 참여권을 주는데, 이 입찰은 병원 채널 조달 금액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 매체는 베트남 제약 공장 약 288곳 가운데 EU-GMP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20~30곳에 그친다고 추정했다.
지분과 기술이전으로 9년을 쌓았지만, 대웅제약이 직접 내놓은 신약의 베트남 허가는 아직이다. 대웅제약 반기보고서에서 베트남은 해외 특허 등록 1건, 그리고 펙수클루 신약허가신청(NDA) 제출 국가 목록에 나온다.
대웅제약은 2022년 12월 14일 콜롬비아와 베트남에 펙수클루 NDA를 최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펙수클루는 필리핀(2022년 11월)과 인도(지난해 2월), 중국(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올해 4월) 등에서 허가를 받았고, 베트남은 태국·사우디아라비아·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NDA 제출을 마친 국가로 적혀 있다.
2022년 12월 기준 허가신청이 접수된 10개국에 포함됐던 인도네시아는 올해 4월 허가를 받았다.
트라파코의 주가는 2017년 거래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기술이전 제품의 매출 목표 비중은 1%대에 불과하며, 펙수클루의 베트남 허가는 4년째 승인을 받지 못했다.
대웅제약이 현지 제약사와 손잡고 동남아 진출을 택한 만큼, 앞으로의 과제는 기술이전 제품의 실제 매출을 키우고 펙수클루 허가를 차질 없이 끌어내 실질적인 결실을 입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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