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방 산다고 조롱 말라" 베트남 발칵 뒤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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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꽁쭈아퐁쩌(Công chúa phòng trọ)'라는 신조어가 지난달 중순 한 댓글에서 시작해 큰 화제를 모았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셋방공주'. 월세방(phòng trọ)에 살며 평범한 형편이면서 연애 상대에게는 높은 경제적 기준을 요구하는 여성을 비꼬는 말이다.
여성을 겨냥한 이 표현에는 정성스럽게 꾸민 월세방 사진을 올리며 스스로를 '셋방공주'라 부르는 자조적 반응도 나왔다. 다만 대체로 현지 누리꾼들은 "기준과 실제 형편이 맞아야 한다"는 쪽과 "월세에 산다는 이유로 사람을 조롱하지 말라"는 쪽으로 갈렸다.
특히 월세방이 대도시 청년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보편적인 주거 형태라는 점이 논쟁의 불씨를 키웠다.
발단은 스레드(Threads)의 한 게시물이었다. 한 여성이 "경제력 없는 남자는 예쁘다고 칭찬하지 말라(Đàn ông không có kinh tế, xin đừng khen xinh thế)"는 자막을 단 사진 게시물을 올렸고, 한 남성 이용자가 "전형적인 셋방공주(Typical công chúa phòng trọ)"라는 댓글을 단 것이다. 최상단에 고정된 이 댓글은 몇 글자뿐이었지만, 순식간에 여러 플랫폼으로 퍼지면서 밈이 됐다.
현지 매체들은 해당 댓글이 퍼진 이유를 단어 조합의 대비에서 찾았다. '공주'는 보살핌을 받으며 기대 수준이 높은 여성을, '셋방'은 학교에 다니거나 막 일을 시작했거나 내 집이 없는 청년을 떠올리게 하는데, 둘을 붙여 놓으니 형편은 평범한데 상대에게는 높은 경제력을 기대하는 모습이 풍자된다는 설명이다.
셋방공주가 화제가 되자 곧바로 남성판인 '기숙사 왕자(hoàng tử ký túc xá)'와 '셰어하우스 도련님(thiếu gia ở ghép)'이 등장하며 풍자가 잇따랐다. 현지 매체들은 이 두 표현이 SNS에서 겉만 번지르르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데도 쓰인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는 이 현상이 '농담에서 판단으로'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첫째는 기준은 개인의 권리라는 시각이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월세방에 산다고 해서 꼭 같은 처지의 상대를 만나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막 일을 시작했거나 집을 사지 않기로 했거나 거주 형태에 유연성을 두고 싶어서 월세로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남성이 외모·나이·집안 형편으로 상대를 고를 수 있다면 여성이 소득을 기준으로 삼지 말란 법은 없다는 반문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는 기준에는 상응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는 시각이다. 비판의 초점이 기준을 가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과 상대에게 바라는 것의 격차, 그리고 소득이 낮은 상대를 '자격 없다'고 보는 태도에 있다는 주장이다.
한 현지 매체에 소개된 전문가는 기준에는 그에 걸맞은 노력이 따르지만, 요구는 상대에게 많은 조건을 바라면서 자신은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거나 재력이나 자가 소유 유무, 사회적 지위를 사람의 가치를 재는 주된 잣대로 삼을 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노이에 거주 중인 20대 직장인 A씨는 "누구나 자기 기준대로 연인을 고를 권리가 있다. 다만 본인은 경제적 여건이 안 되는데 남자친구에게 높은 기준이나 돈을 요구한다면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셋방'이 낙인이 됐다는 반발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셋방공주라는 단어 자체가 경제적 수준과 출신 지역, 성별에 대한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한 이용자는 은유와 환유로 멸시를 문학처럼 포장하면 편견이 더 가려진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대도시에 와서 공부하고 일하는 청년이 돈이 모자라 월세를 사는 건 지극히 평범한 일"이라며 "스스로 번 돈으로 집세와 밥값, 생활비를 내고 고향 부모에게 돈을 보내기도 하는데 왜 세입자가 조롱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양쪽을 모두 비판하는 중립적 의견도 있다. "경제력 없는 남자는 외모를 칭찬하지 말라"는 문구도, '셋방공주'라는 말도 서로를 낮추고 얕보는 뉘앙스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셋방공주는 명확한 해석 없이 누군가에게는 연애 기대치에 관한 농담, 또한 누군가에게는 형편과 사는 곳을 조롱하는 말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이 말이 파괴력을 가진 배경에는 월세방이 청년에게 흔한 조건이 된 현실이 있다. 베트남에서 셋방살이는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 보편적인 주거 형태다. 현지 매체들은 대도시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젊은이 대부분에게 셋방이 익숙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하노이상업대학 취업센터는 지난 4월 현지 매체를 통해 일부 전공을 제외하면 졸업생들의 초임이 평균 월 700만~1,000만 동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호치민시 도심의 스튜디오·서비스형 아파트 월세는 800만~1,500만 동으로, 지역은 다르지만 상단 기준으로는 초임 월급 전부를 월세로 써도 모자랄 수 있는 수준이다. 호치민시에서도 골목 안쪽에 위치한 작은 방은 250만~500만 동이었다.
월세 거주 자체도 흔한 선택이다. 지난 7월 현지 매체가 소개한 온라인 부동산 정보 플랫폼 밧동산닷컴(Batdongsan.comvn) 조사에서 하노이 청년의 58%는 집을 살 여력이 부족해 월세를 택했다. 베트남부동산중개인협회(VARs) 조사에서도 35세 미만의 60% 이상이 하노이·호치민시·다낭에서 집을 사기보다 임대를 우선시했다.
연애 상대에게 경제력을 기대하는 것이 개인의 선택인가, 비판받을 태도인가. 그리고 사는 곳과 형편이 사람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가. 한 현지 매체는 이를 자기 기준을 세우는 것과 그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는 것의 경계가 어디인지, 사는 조건이 한 사람을 재는 척도가 되어도 되는지의 문제로 정리했다. 월세방이 많은 청년의 출발선인 사회에서 ‘셋방공주’라는 말이 사그라진 뒤에도 같은 질문은 반복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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