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같은 보름달 아래 다른 명절 모습"…한국엔
조회 0
추석 연휴라 시작됐다. 같은 날 베트남에서도 '뗏쭝투(Tết Trung Thu, 중추절)'라는 이름의 명절이 찾아온다. 같은 보름달 아래 있지만, 두 나라가 이 하루를 쇠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한국의 추석은 한 해 농사를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하며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온 가족이 모여 송편과 토란탕과 같은 전통 음식을 나눠 먹는 명절이다. 예로부터 '한가위'라 불렸는데, 옛 한국어로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베트남의 뗏쭝투를 두고는 중국 문화에서 유래한 것인지, 베트남의 벼농사 문화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이와 관련해서는 꾸오이삼촌(쭈꾸오이·Chú Cuội)' 이야기가 가장 대표적인 설화로 소개된다.
나무꾼이었던 꾸오이가 우연히 죽은 목숨도 되살리는 신비한 나무를 얻어 많은 사람을 구하고 아내까지 얻었다. 이 나무에는 반드시 깨끗한 물만 줘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는데, 꾸오이의 아내가 실수로 더러운 물을 주자 나무는 뿌리째 뽑혀 하늘로 날아올랐고, 이를 붙잡으려던 꾸오이까지 나무와 함께 통째로 달까지 딸려 올라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 꾸오이는 영영 땅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달 속 나무 아래 앉아 있게 됐고, 베트남 사람들은 지금도 보름달에 비치는 검은 무늬를 그 나무 밑에 앉은 꾸오이의 모습이라 여긴다는 내용이다.
현지에서는 뗏쭝투의 기원을 어느 한 나라나 한 가지 이야기로 단정 짓기보다 동아시아 벼농사 문화권이 오랜 세월 공유해온 절기 풍습이라는 넓은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옛 문헌을 보면 리(Lý) 왕조 시절 수도 탕롱(현재의 하노이)에서도 뗏쭝투를 지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한 해 농사에 비를 내려준 용신에게 감사를 표하던 왕실 행사였다고 전해진다.
두 나라 명절의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다름 아닌 달력이다. 한국의 추석은 법정 공휴일로, 앞뒤로 최소 사흘을 쉬는 반면, 베트남의 뗏쭝투는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관공서·기업·은행·학교 모두 여느 날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증시도 제때 열린다.
명절이 향하는 대상도 다르다. 한국의 추석은 설날과 함께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며 수확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고, 부모님과 친척 등을 만나 안부와 감사를 전하는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베트남의 뗏쭝투는 시간이 흐르며 무게중심이 어른에서 아이로 자연스레 옮겨갔다. 원래는 온 가족이 함께 달을 보며 차와 월병을 나누고, 자손들이 조부모께 감사를 표하는 어른 중심의 명절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에는 '아이들의 날(Tết Thiếu Nhi)'에 가까운 명절로 자리 잡았다. 명절 아침이면 여전히 간단한 제사상을 차려 조상과 하늘에 감사를 표하지만, 평소 지내는 제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소박한 상차림이다. 대신 이날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역사적 배경이 있다. 평소 농사일에 매여 아이를 살뜰히 돌보지 못한 미안함을, 명절날 선물과 놀이로 대신 표현해온 오랜 농경문화의 관습이 첫 번째다. 여기에 오랜 전쟁으로 고아와 빈곤한 아이들이 많아지자, 호치민 초대주석이 직접 이날을 아이들을 위한 날로 삼자고 제안하면서 '어린이날'로서의 성격이 한층 짙어졌다.
뗏쭝투를 앞둔 베트남 거리는 온통 알록달록한 등불로 물든다. 별 모양의 '등 옹 사오(đèn ông sao)'나 잉어 모양 등불을 든 아이들이 거리를 누비고, 명절 전날 밤이면 사자춤(무아런, múa lân)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배불뚝이에 넉살 좋은 웃음을 띤 가면을 쓴 '옹 디아(Ông Địa, 토지신)'가 사자를 이끄는 모습은 뗏쭝투 거리 풍경의 상징이다. 전설에 따르면 사람을 해치던 사나운 사자를 미륵불이 내려와 길들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노이 옛 시가지(올드쿼터) 거리는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인파로 북적이며 축제 분위기를 낸다.
형식은 달라도 두 명절이 공유하는 본질은 같다. 흩어져 있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고, 서로 정성을 담은 음식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이 명절에 송편을 빚어 나눠 먹듯, 베트남 사람들은 월병(반쭝투, bánh trung thu)을 주고받는다. 조상께 올리는 제수상에도, 조부모와 부모·스승·친구에게 건네는 선물 꾸러미에도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이 월병이다. 한 베트남 문화 전문가는 뗏쭝투의 의미를 '단합·전승·사랑' 세 단어로 요약한 바 있는데, 이는 형태만 다를 뿐 한국의 추석이 품은 마음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한쪽은 차례상 앞에 옷깃을 여미고, 다른 한쪽은 아이 손에 등불을 쥐여준다. 그 모습은 달라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만큼은 두 나라가 다르지 않다.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
뉴스 다음 글
전체 보기N호치민시, 수족구병 환자 급증세…10월까지 4.2만 명 전년동기比 64.5%↑
조회 0 · 댓글 0
N맥북 프로 OLED XDR, 터치 기능 탑재한 최초의 제품
조회 0 · 댓글 0
N효성, 창립 60주년 맞아 미래 비전 선포...조현준 회장 "새로운 100년의
조회 0 · 댓글 0
푸꾸옥국제공항, 2027년 ‘APEC’ 앞두고 제2활주로 개통…광동체 여객기 수용
조회 0 · 댓글 0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베트남 하노이 ‘한-베 학술대회’ 성료… 라이브 수술로 K-미용성형을 알리다 - 메디컬투데이
조회 0 · 댓글 0
유엔, 일본 제출 핵 군축 결의안 채택
조회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