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방플’ 논란에 배그 대회 조기종료 ‘엔딩’…미숙한 대응이 키운 한·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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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야심 차게 준비한 아시아 지역 대항전이 숱한 논란 속 개막 사흘 만에 조기 종료됐다. 원인은 부정행위 논란 그 자체보다, 이를 대하는 주최 측의 대응 방식과 태도였다.
지난 17일 개막한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은 한국·중국·일본·태국·차이니즈타이베이·베트남 등 아시아 6개 국가·지역에서 프로 선수와 PUBG 파트너 스트리머 등 지역별 8명씩, 총 48명이 참가하는 이벤트성 대항전이었다. 17일과 19일, 20일 사흘간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논란은 첫날부터 시작됐다. 데이1 경기 도중 베트남(VIE) 지역 참가자들이 한국 참가자들의 개인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경기를 치렀다는 이른바 '방플'(방송을 보며 플레이하는 행위, 스트림 스나이핑)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는 해당 선수들의 게임 화면과 자신의 방송 화면을 교차 대조한 영상들이 스레드와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지며 의혹은 삽시간에 확산했다.
한국 참가자들과 팬들은 증거를 제시하며 즉각적인 조사와 조치를 요구했지만, 크래프톤은 하루가 지나도록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격분한 한국 선수단 8명 전원이 18일 대회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크래프톤의 19일 1차 공지는 이런 반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가 된 지역이나 선수를 특정하지 않은 채 '일부 지역'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사용했고, 구체적인 징계 방침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판이 계속되자 크래프톤은 같은 날 2차 공지를 통해 베트남 지역 참가자 '히마스(HIMASS)'와 '탄부(TANVUU)'를 남은 경기에서 제외하고 이들의 PUBG 파트너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공지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공정성 및 외부 정보 활용과 관련해 제기된 사안’ 정도로만 모호하게 표현됐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결정적 문제는 크래프톤의 공지가 아니라 오히려 베트남 프로게이머 히마스 본인이 올린 사과문에서 나왔다. 히마스는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문제를 일부 시인했다. 다만, 히마스는 한국 선수단이 지적한 스트림 스나이핑이 아닌, 한 단계 낮은 수위인 '채팅 스나이핑'(자신의 방송 시청자 채팅을 통해 외부 정보를 전달받는 행위)만을 인정했다.
이에 한국 선수단으로 참가했던 스트리머 킴성태는 “크래프톤으로부터 사전에 베트남 측이 스트림 스나이핑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올릴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으나, 그러나 실제 공개된 사과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크래프톤이 사전에 알린 내용과 실제 결과가 달랐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선수단은 19일 오후 8시 열린 이튿날(데이2) 경기 전원 불참을 선언하며 대회 보이콧에 들어갔다.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크래프톤은 결국 20일, 데이3 일정 취소를 결정하고, 최종 순위 미확정, 전 지역 상금 균등 지급 방침을 공지했다.
베트남 선수 히마스의 사과문에는 부정행위를 일부 인정하는 내용과 함께 눈여겨볼 반박도 담겨 있었다. "경기 당시에는 이것이 대회 규칙으로 금지되지 않는다고 이해했고, 대회 전에는 이 상황을 다루는 구체적인 지침이나 규칙이 없었다"는 대목이다.
자신의 방송 시청자 채팅을 보조 모니터로 열어두고 시청자와 소통하는 것 자체는 스트리머 대항전에서 흔한 방식인데, 그 과정에서 외부 정보가 섞여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명확히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는 크래프톤 스스로도 인정한 부분이다. 크래프톤은 두 번째 공지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운영 기준을 충분히 구체화하지 못한 점은 운영진의 책임"이라며 이를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기 송출 지연 조치는 데이2부터 새로 적용한 조치였다. 즉 데이1 경기는 지연 장치 없이 그대로 송출됐고, 참가자가 자신의 방송 채팅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열려 있었던 셈이다. 베트남 커뮤니티 일각에서 "사전에 명확한 규칙을 전달하지 않은 주최 측 책임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다만 이런 정황이 결과에 영향을 준 사실 자체를 지우지는 못한다. 문제는 규정 위반 여부를 떠나, 대회 도중 실시간으로 정보 격차가 발생했고 그 영향을 받은 상대가 한국 선수단이었다는 점이다. 데이1 성적은 최종 누적 점수에 그대로 반영되는 방식이었던 만큼, 두 선수를 잔여 경기에서 제외하는 조치만으로는 이미 벌어진 격차가 되돌려지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베트남 선수단이 채팅을 통해 외부 정보를 습득했음을 확인했으며, 문제가 된 선수들도 이를 인정했다. 스트림 스나이핑 여부는 결국 베트남 선수 본인의 양심에 달린 문제다.
다만, 베트남에서 진행되는 일부 게임대회가 현지 누리꾼들의 주장처럼 이른바 ‘방플’이 용인되는 문화였다면, 크래프톤 측은 이러한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해 반드시 명확한 게임 규칙을 정했어야 한다. 결국 규정의 공백과 그로 인한 실질적 영향, 이 두 가지가 뒤섞이면서 어느 한쪽의 잘잘못만으로 정리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크래프톤이 받은 비판의 핵심은 부정행위 자체보다 그 이후의 대응 방식에 있다. △문제 발생 후 즉각적인 경기 중단이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하루 넘게 침묵한 점 △이후에도 지역·선수명을 특정하지 않고 사안을 축소하려는 듯한 표현을 쓴 점 △그리고 사전에 약속했다는 사과 내용과 실제 공개된 사과문 사이의 온도차까지, 매 단계에서 사용자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판단이 이어졌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한국 선수단 소속 스트리머 '수피(SOOPI)'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데이1에서 방플 피해 당사자였던 그는, 히마스 방송 채팅창에 "수피도 방플을 했다"는 조작된 게시물이 고정 노출되면서 무차별적인 사이버불링(온라인 집단괴롭힘)에 시달렸다.
정작 히마스와 탄부는 자신들의 사과문에서 "특히 한국 선수단과 KOR_SOOPI 선수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수피를 콕 집어 언급했던 터라, 선수 본인의 사과와 일부 팬덤의 공격이 따로 노는 모양새가 됐다. 여기에 크래프톤이 이번 사안을 '스트림 스나이핑'이 아닌 '채팅 스나이핑'으로 낮춰 부른 것을 두고, 수피 본인이 "그럼 나도 잘못한 게 되는 거냐"고 반문하며 자신의 파트너 스트리머 자격을 스스로 박탈해 달라고 요청하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스폰서 이탈도 이어졌다. 대회 후원사인 백억커피는 20일 오전 관련 스폰서십 활동 잠정 중단을 공지했고, 깐부치킨도 같은 날 저녁 프로모션·이벤트 잠정 보류와 함께 최종 조사 결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의류 브랜드 노기어도 관련 스폰서십을 잠정 보류했다.
오히려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인 스폰서들이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정작 주최 측인 크래프톤의 굼뜬 행보와 대비를 이뤘다. 크래프톤은 21일 공식 사과와 함께 투명한 후속 조치를 약속했지만, 스폰서와의 관계 회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크래프톤의 대응을 둘러싸고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베트남 시장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근거로 거론되는 건 PUBG e스포츠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이다. 크래프톤이 작년 8월 ‘한국·베트남 문화산업협력회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PNC(펍지네이션스컵) 최고 동시 시청자 수는 81만8,020명이었는데 이 중 베트남 채널이 58.1%를 차지했다. 베트남 시청자 수는 50만4,251명으로, 전년 대비 97.7% 늘어난 수치였다. 이 정도 비중의 시장에서 나온 부정행위를 강하게 제재하기 부담스러웠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의혹은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다른 PUBG 대회에서도 주최 측이 문제 상황에 명확한 조치 없이 넘어가거나, 공개 사과 대신 일부 참가자에게만 개별 접촉하며 선택적으로 대응했다는 사례가 함께 거론되며, 이번 사태를 크래프톤의 반복되는 운영 미숙 문제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주최 측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사이, 한국과 베트남 이용자들은 서로 멸칭을 주고받거나 날 선 비하 발언을 쏟아내며 정작 방플이라는 게임 내용과는 무관한 감정싸움으로 번져갔다.
방플 의혹을 제기한 한국 측 커뮤니티와, 이를 반박하거나 역으로 한국 참가자를 공격하는 베트남 측 강경 여론 사이에 온라인상 설전이 이어졌다. 일부 베트남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두 선수의 부정행위 의혹 자체를 부인하며 한국 팀이 사안을 과장했다는 주장과, 이번 대회와 무관한 소재까지 끌어들여 반한 정서를 자극하는 게시물이 확산했다. 나무위키 등 위키 사이트에는 ‘베트남의 게임 제작사’라는 크래프톤을 향한 항의성 문서 훼손까지 벌어졌다.
일부 베트남 이용자는 "두 선수의 행위는 명백히 공정하지 못했고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한국 팬들에게 사과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이런 자성의 목소리를 낸 이용자를 향해, 같은 베트남 이용자들 사이에서 '매국노' 취급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2차 공격이 이어졌다. 정작 두 나라 이용자 사이의 갈등만큼이나, 베트남 여론 내부의 균열도 이번 사태가 남긴 또 다른 단면이었던 셈이다.
'PUBG 아시아 스타즈 2026'은 아시아 각 지역의 PUBG 인기를 하나로 모으겠다는 취지로 기획됐지만, 공정성 논란 끝에 미숙한 주최측의 대응으로 파행을 겪으며,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낳았다.
크래프톤이 베트남 두 선수를 잔여 경기에서 제외하고 파트너 자격까지 박탈한 이상, 이들의 ‘방플’은 부정행위로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기준이 사전에 명확히 공지돼 있지 않았다는 점은, 왜 이런 사안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해줄 뿐 제재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지는 못한다. 결국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시장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했고, 그로인해 발생한 문제에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크래프톤의 미숙한 대회 운영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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