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슈 줌인] 나이키 꺾여도 웃는 태광·창신…아디다스 날아도 우는 화승 ‘베트남서 갈린 K-벤더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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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을 양분하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신발을 전담 생산하는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는 본사 성적표와 정반대로 움직이는 기묘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나이키는 주가가 고점 대비 78% 폭락하고 매출이 꺾이며 위기론에 휩싸였지만, 나이키 신발을 생산하는 베트남 한국 벤더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순항 중이다. 반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질주하는 아디다스의 전담 생산기지는 오히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고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매장의 승부와 베트남 생산기지의 성적표가 정반대로 뒤집힌 배경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984년 나이키가 아디다스에 밀려 고전하던 시절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 실화를 다룬 영화 '에어(AIR)'처럼, 나이키는 파격적인 혁신을 발판 삼아 40여 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나이키는 과거의 영광이 무색할 만큼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나이키 주가는 2021년 11월 177.5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올해 8월 17일 39달러 선까지 떨어지며 78%가량 폭락했다. 같은 기간 2021 회계연도 445억 달러였던 매출은 오히려 계속 늘어 2024 회계연도 51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매출이 꺾이기 시작한 건 2025 회계연도부터다. 463억 달러로 전년보다 10% 줄었고, 2026 회계연도(2025년 6월~2026년 5월)에도 464억 달러로 정점 대비 여전히 10%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나이키는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CEO)를 엘리엇 힐로 전격 교체하며 재건 작업에 착수했지만, 회복은 예상보다 더디다는 게 CEO 스스로의 진단이다.
같은 기간 아디다스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2024년 매출 237억 유로(전년 대비 +10%), 영업이익은 2억6,800만 유로에서 13억3,700만 유로로 급증했다. 2025년에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매출 248억1,000만 유로로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환율중립 기준 매출은 13% 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영업이익도 54% 급증했다. 2022년 협업 뮤지션 칸예 웨스트의 반유대주의 발언 논란으로 '이지(Yeezy)' 라인과 결별하며 재고 부담에 시달렸던 회사라고는 믿기지 않는 반전이다.
브랜드 성적표만 보면 나이키는 지고 아디다스는 이기고 있다. 그런데 이 신발들을 실제로 만드는 베트남 공장들의 성적표를 열어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이키 신발을 전담 생산하는 TKG태광의 베트남 신발 생산법인 5곳은 2025년 매출 2조3,924억 원으로 전년보다 15% 늘었고, 순이익도 1,876억 원으로 25% 증가했다. 나이키 신발만 연간 약 6,900만 켤레를 생산하는 창신INC도 베트남 법인(창신베트남·창신동나이) 기준 매출이 1조3,437억 원으로 19% 늘었고 순이익도 6% 증가했다. 창신INC는 그룹 전체로 보면 2025년 영업이익이 5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중국·인도네시아 법인의 적자 때문이었다. 정작 베트남 법인만 놓고 보면 오히려 그룹 실적을 떠받치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아디다스 신발을 100% 전담 생산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완전히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644억 원으로 전년보다 3% 줄었고, 영업이익은 357억 원으로 57%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271억 원 적자로, 전년 344억 원 흑자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화승이 2025년 아디다스 오리지널 제품군 확대에 힘입어 매출 20% 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다만 이 적자에는 한 가지 짚어야 할 변수가 있다. 화승의 해외사업환산외환차이는 2024년 284억 원 이익에서 2025년 221억 원 손실로, 500억 원 넘게 스윙했다. 순이익 급감분의 상당 부분이 환율 변동에 따른 회계상 손익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영업이익 자체가 57% 줄었다는 사실은 환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나이키는 본사 차원에서 뚜렷한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그 신발을 만드는 베트남의 양대 한국 벤더(TKG태광·창신)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과 생산 효율성을 앞세워 호실적을 이어갔다.
반대로 아디다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전담 생산기지인 화승엔터프라이즈는 환율 리스크와 수익성 악화가 겹치며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매장의 승부와 베트남 현지 공장의 성적표가 따로 노는 기묘한 디커플링 속에서, 브랜드의 부침을 뛰어넘는 벤더사들의 원가 방어력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향후 동남아 신발 생산 벨트의 판도를 가를 핵심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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