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증 청각장애인 저도 해냈습니다…베트남어 정복 팁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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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현지 교민들의 언어장벽을 허물고 매일 배움의 열정을 전하는 이가 있다.
하노이에서 어학원 공부와 창업 준비를 병행하며 '베트남어 배우기' 단톡방을 1년 반 넘게 이끌어온 김기욱 씨다.
매일 '뉴스로 보는 베트남어', '만화로 보는 베트남어' 등을 연재하며 베트남어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낯선 타향살이 속에서 베트남어라는 높은 벽을 만난 교민들에게 든든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고 있는 김기욱 씨. 그를 통해 현지 적응을 위한 베트남어 실전 공부 전략과, 그 뒤에 숨겨진 감동적인 도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단톡방을 개설하고 매일 콘텐츠를 공유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교육업에 오래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교민분들과 함께 언어적 어려움을 돌파하고자 개설했다. 어느 언어든 초반에는 과외나 어학원을 통해 실력이 급격히 늘지만, 중급 단계에 들어서면 유지하기가 힘들어 손을 놓기 쉽다. 베트남에 수년간 거주하면서도 바쁜 생활 탓에 실력이 정체되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보았다.
단톡방은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첫째, 건전하고 긍정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 둘째, '나 말고도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는 유대감과 동기부여를 주는 것. 셋째, 매일 한 단어라도 공부하게 만드는 꾸준함을 유도하는 것이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콘텐츠를 올리며 교민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Q. 베트남어 초급 및 중급 학습자들을 위한 실전 공부 전략이 있다면.
베트남어는 성조가 매우 중요하므로 입문 단계에서는 과외나 어학원을 통한 정석 학습을 권한다. 성조와 발음을 초반에 잘 잡아두면 평생 자산이 되지만, 잘못 배우면 나쁜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 유튜브는 보조 도구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중급 레벨에서도 성조 연습은 지속되어야 한다. 문장을 말하면서 동시에 그 소리를 듣는 '실시간 청각 피드백(Auditory Feedback)'이 필수적이다. 소리를 내어 말하는 능동적 행위는 장기 기억력을 돕는 '생산 효과(Production Effect)'를 일으켜 언어 처리 신경망을 더 빠르게 구축해 준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뉴스 기사나 단어를 직접 소리 내어 읽어야 '읽기만 가능한 불균형'에서 벗어날 수 있다.
Q. 현지 실전 대화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성조에 따른 의미 차이다. 편지(thư), 시도하다(thử), 요일(thứ)처럼 성조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단어가 된다. 초반에는 입을 크게 벌리고 과장되게 연습하는 것이 팁이다.
둘째는 '호칭'이다. 한국어와 달리 베트남어는 상대의 나이, 성별, 관계에 따라 주어가 세분화된다. 단순히 '미안해(Xin lỗi!)'라고만 하면 반말처럼 들릴 수 있으므로, 'Em xin lỗi anh'처럼 자신과 상대의 호칭을 갖춘 완전한 문장으로 말해야 한다.
셋째는 '어휘량'이다. CEFR 기준 B1(중급) 수준은 최소 2,000단어, 편안한 대화를 위해서는 5,000단어 암기가 필요하다. 단톡방이 유용한 이유도 끊임없이 단어에 노출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일주일에 조금이라도 현지인과 직접 대화하는 용기를 더한다면 실력이 일취월장할 것이다.
Q. 언어학적 특성을 활용한 효율적인 공부법이 있다고 들었다. 베트남어는 단어의 형태 변화 없이 위치로 문법이 결정되는 '고립어'인 반면, 한국어는 어미가 붙는 '교착어'다. 체계가 완전히 달라 뇌가 스위칭할 때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고립어를 공략하는 핵심은 '어근(root word)' 공부다. 예를 들어 '차량'을 뜻하는 어근 'xe'를 알면, 오토바이(xe máy), 자전거(xe đạp), 트럭(xe tải)으로 어휘를 쉽게 확장할 수 있다. 단어의 원형을 중심으로 독학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현재 단톡방에서 카피바라영 부방장님이 연재 중인 '한자 기원 베트남어' 시리즈도 이러한 복합 단어 조합의 재미를 극대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가 있다면.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중증 청각장애인이다. 오른쪽 귀는 전혀 들리지 않고, 왼쪽 귀만 보청기에 의존해 간신히 들을 수 있다. 처음 베트남어를 시작할 때 걱정이 크였지만, 나의 가장 큰 무기인 '꾸준함'으로 밀고 나갔다. 컨디션이 난조일 때나 아무리 피곤할 때도 하루 1분씩은 반드시 투자했다.
그 결과 성조가 익숙해지면서 맥락으로 이해하는 눈이 생겼고, 간판이 읽히기 시작하면서 타지 생활의 긴장감과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40대의 늦은 나이, 그리고 장애를 가진 나도 해냈다. 여러분도 당연히 할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당장 해내야 한다기 보다, 2~3년이라는 기한을 두는 등 조바심을 내지 마셨으면 한다. 그저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언어의 벽을 돌파하는 해방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재외동포청 발표 기준 베트남은 동남아 최대 한인 거주국이다. 이곳에서 우리 모두가 한국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멋지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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