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김해 산업·소비 한 축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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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gnmaeil
#1 스리랑카 출신 A씨는 23년 전 외국인 근로자로 김해에 첫발을 디뎠다.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며 한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뛰어난 한국어 실력으로 통역을 맡았고, 이후 한국인 아내와 함께 스리랑카 음식점을 운영하며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동상동 외국인거리에서 마트를 운영하며 같은 국적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한편 지역사회 봉사와 행정 통역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2 김해에서 10여 년째 생활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이주민 B씨는 제조업체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고 있다. 금속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그가 생산한 제품은 전국으로 출하되고, 받은 임금은 다시 주택 임대료를 비롯해 마트 및 음식점에서의 소비, 병원비, 학원비로 쓰인다.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가 생긴 B씨는 김해에 자가 소유 주택을 매수하기 위해 최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와 부동산 사이트를 자주 찾고 있다.
이상의 두 사례는 외국인 근로자로 시작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한 이들의 삶을 정리한 것으로, 다문화사회가 김해 경제와 지역공동체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해에 뿌리를 내린 이들은 이제 단순한 '이주민', '외국인 근로자'가 아닌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이처럼 다문화사회는 산업 현장의 인력을 넘어 소비와 정착을 통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경제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
우선 이들은 김해지역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산업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김해시 다문화·외국인 경제활동 현황을 보면 취업자 가운데 다문화가구원 취업자는 상시근로자가 65.8%를 차지해 안정적인 고용 형태가 주를 이뤘으며, 산업별로는 광·제조업 종사 비중이 63.2%로 가장 높았다. 이는 다문화가구가 김해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의 경우 상시근로자가 75.8%로 집계됐으며 산업별로는 광·제조업 종사 비중이 88.2%로 가장 높았다.
또한 김해상공회의소의 고용동향 조사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김해 제조업 일자리 7만 4518개 가운데 비전문취업(E-9) 외국인 근로자는 8468명으로 전체의 11.3%를 차지했다. 제조업 일자리 10개 중 1개 이상을 외국인 근로자가 담당하는 셈이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해의 한 기계부품 제조업체 임원은 "생산직 근로자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며 "내국인 채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생산 라인 가동 자체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김해의 제조업체 상당수가 비슷한 여건에 놓여 있어 외국인 근로자는 지역 제조업과 중소기업을 유지하는 핵심 인력"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할까봐 근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제조업 단순노무 직종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이 가동되지 않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며 "사업주들도 체불임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하며 이들에 대한 임금보장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장기적으로 노동자 수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문화사회의 경제적 역할은 제조업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문화가구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는 20.7%로 나타났으며, 이중 서비스업 종사 비중이 72.1%로 가장 높아 음식점과 생활서비스 등 골목상권에서도 경제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의 경우 전체 취업자 가운데 10.3%가 자영업에 종사해 다문화가구 보다는 비율이 낮았다. 이 가운데 75.2%가 서비스업에 종사해 외국인 역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지역경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해 동상동과 서상동 외국인거리에서는 각국의 음식점과 식료품점, 생활용품점 등이 지역 상권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네팔·인도 음식점을 운영하는 네팔 이주민 C씨는 15년 전 김해에 식당을 열어 현재는 부산과 김해 등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C씨는 "고향 음식을 찾는 이주민은 물론 한국인들도 다양한 네팔·인도 음식을 맛보기 위해 많이 찾는다"며 "음식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 주민이 만든 음식점과 식료품점은 이주민에게는 고향의 맛을, 지역 주민에게는 새로운 문화와 소비 경험을 제공하며 골목상권의 다양성을 넓히고 있다.
다문화가구와 외국인의 활발한 경제활동에 따른 자산 증가도 눈에 띈다. 다문화가구의 주택 보유율은 53.7%였으며 1년새 3.4%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2채 이상 주택을 소유한 가구도 전체 10.3%에 달했다. 소유 주택의 92.2%는 김해시에 있는 것으로 조사돼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의 자동차 등록 대수도 2023년 기준 4986대로 2021년보다 1058대(26.9%) 증가했으며 대부분이 자가용이었다. 또한 외국인 지방세 징수총액은 25억 1100만원, 징수율은 96.2%를 기록해 지역 재정에도 꾸준히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김해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다문화사회는 생산 현장의 노동력 공급을 넘어 지역 소비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제조업 현장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한편, 그 임금은 지역의 주택 임대료와 식료품 구입, 교통, 통신, 의료, 교육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비로 이어지며 지역 상권에 유입된다. 지역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다시 지역에서 소비되며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부는 본국으로 송금되지만, 김해에서 생활하는 동안 발생하는 다양한 소비는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로 이어진다. 특히 장기간 김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다문화가구는 원룸이나 주택을 임차하거나 주택을 구입해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상점과 음식점, 전통시장 등을 이용하면서 소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김해 도심에서 20년째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한국인 D씨는 "외국인 고객이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한다"며 "단골 손님도 많이 생겼고 씀씀이도 커져 지역 상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외국인 주민의 주거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원룸이나 빌라 임대가 대부분이었지만, 장기 체류와 정착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아파트 매매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김해 제조업계가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제 과제는 단순한 인력 확보를 넘어 안정적인 정착과 장기 근속을 위한 환경 조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해시는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취업,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며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비롯해 취업 상담과 한국어 교육, 직업훈련 등 다양한 지원을 추진하며 외국인 주민이 지역 산업의 구성원으로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히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노동력으로만 바라보던 시기를 넘어, 지역 산업을 유지하고 골목상권과 소비시장까지 움직이는 경제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의 성장 파트너로 포함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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