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좋아서 온 열여섯 유학생들 - 단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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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축제 열렸잖아. 그러면 축제에 ‘참여하다’, ‘참가하다’, ‘참석하다’는 무슨 차이인 지 아는 사람?”
지난달 2일 오전, 전라남도 목포시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이하 목포여상)에서는 한국어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일반적인 교과명인 ‘국어’가 아닌 ‘한국어’ 수업인 이유는 수업을 듣는 이들이 외국 국적을 가진 유학생이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기준, 목포여상에는 24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있다. 몽골 출신 20명, 쿠바 출신 4명이 1학년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한국 직업계고에 외국인 유학생이 입학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3년째다. 2023년, 지역소멸과 인력 유출이라는 어려움을 겪던 경상북도교육청이 처음으로 ‘직업계고 해외 우수유학생 초청 사업’을 추진했다. 이듬해 경상북도 포항시 한국해양마이스터고등학교, 의성군 의성유니텍고등학교 등 8개교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출신 등 ‘직업계고 유학생 1기’가 입학했다. 뒤이어, 전라남도가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5년, 전남 5개교에 77명이 입학했다. 2026년부터는 강원특별자치도, 전라북도, 충청남도도 가세해 전국 24개 직업계고에 250여 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목포여상 유학생들은 어떤 이유로 한국 유학, 그중에서도 지역 직업계고 진학을 택하게 됐을까. 대다수 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드라마, 케이팝 등을 통해 한국을 접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 출신인 AI비즈니스과 2학년 라쉘(16)은 어느새 한국어 공부 10년 차를 앞두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를 좋아했던 이모를 통해 <꽃보다 남자> 등 한국 드라마를 알게 됐고, 쿠바에서도 세종학당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웠다. 세종학당 측에서 라쉘에게 유학을 추천했다. “이미 한국어 공부 시작한 지도 오래됐고, 어릴 때부터 한국 대학 가고 싶었으니까. 일찍 유학 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단비뉴스> 기자를 만난 라쉘이 말했다.
몽골 울란바타르 출신인 보건간호과 2학년 무룬(16)은 간호사를 꿈꾼다.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의료인이 되고 싶었던 무룬은 어머니의 추천으로 목포여상을 택했다. 한국 대학에 진학해 국가고시를 통과하고, 한국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무룬의 꿈이다. 역시 몽골 출신인 AI콘텐츠과 엔크진(16)도 웹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했다. “연세대 가서, ‘아카라카’ 축제 가고 싶어요. (한국에서 대학 안 다니고) 다시 몽골 돌아가면 한국어도 잊어버리고 아깝잖아요.”
학생들이 일반계고가 아니라 직업계고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학비’다. 외국 청소년이 한국의 일반계 고등학교나 특수목적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그 비용은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이에 비해 전국 직업계고의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기숙사 비용과 학비, 급식비 등을 3년간 면제받는다. 일종의 ‘국비 유학생’ 제도다. 특히 직업계고 유학생 사업을 추진 중인 지역 교육청은 매년 수억 원 단위의 예산을 ‘해외 우수유학생 유치 사업’ 항목으로 편성해 다양한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유학생은 한국 대학 진학을 꿈꾼다. 국내 고교를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은 제도적으로 수능 응시와 대학 진학이 모두 가능하다. 수능 점수 대신 고교 내신 성적과 TOPIK(외국인 대상 한국어능력시험) 성적, 면접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유학생 사업을 담당하는 목포여상 이기식 교감은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대학 진학 지도에 나설 수도, 취업을 지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1순위로 할 경우 ‘고졸 기술 인재의 지역 정주’라는 직업계고 유학생 유치 사업의 본래 목적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취업을 지원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직업계고 유학생이 입국하면서 받는 D-4-3 비자로는 취업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일하려면 전문 인력 취업 비자(E-7)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전문대졸 이상의 학위가 필요하고, 그 전공과목과 담당 업무의 관련성도 입증해야 한다.
5년째 '미달' 지역 직업계고, 살아남을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직업계고가 유학생 유치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직업계고는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를 말한다. 1970년대 ‘실업계고’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00년대 ‘전문계고’로 개편했고, 2010년대 들어 ‘직업계고’, 또는 대안학교와 더불어 ‘특성화고’라 불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역 직업계고는 각 지역의 주력 산업체에 훈련된 청년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직업계고도 위기에 빠졌다. 전국 직업계고 충원율은 지난 2021년 90.0%, 2022년 87.8%, 2023년 94.3%, 2024년 93.3%, 2025년 93.9%로 지속적 미달 상태다. 5년간 한 번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지역 중소도시 학교들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5년 기준, 강원과 경남 소재 직업계고 충원율은 각각 87.7%와 85.3%로 전국 최하위다. 경북과 전남 또한 92.0%, 92.1%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지역 직업계고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 학생들에게 문을 열었다. 직업계고 유학생 제도 도입 2년 차인 2025년, 전년 대비 3배 이상 해외 유학생이 늘었다. 빠르게 정착되는가 싶었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직업계고 유학이 늘어나자, 법무부가 제도 운영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이 입국 전 받는 D-4-3 비자의 원래 취지가 ‘단기 교류’에 있는데, 이를 직업계고 유학생들에게 발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부분 혼자 입국하는 미성년 유학생들에 대한 생활 보호 조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법무부가 문제 삼았다.
이로 인해, 2026학년도 직업계고 신입학을 위해 전국 5개 시도교육청이 선발한 외국인 유학생 227명 가운데 법무부로부터 비자 발급을 승인받아 입학 절차를 마친 학생은 60명(26%)에 불과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경우 17명의 학생을 선발했으나 이 중 단 한 명도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전남 역시 115명 중 15명만 입국 허가를 받았다.
이와 같은 혼란이 벌어진 배경에는 ‘이중 구조’가 있다. 유학생 선발은 개별 학교와 지역 교육청이 주관하고 비자 승인은 법무부가 담당한다.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학교는 매년 5월 교육청에 입학전형 요강 승인을 신청한다. 교육청 승인이 이뤄지면 각 학교는 여름방학 동안 현지 어학원을 통한 홍보 및 입학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담당 교사가 현지를 방문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선발 완료 후 교육청은 교육감 명의의 초청장을 현지 학교에 발송한다. 선발된 유학생은 각국의 한국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고 입학 직전 한국에 입국한다.
제도 도입 초반, 외국인 유학생들은 입학 허가서와 최종 학력 졸업증명서, 재정 능력 증명서, 국내 거주 후견인 보증서 등을 해당 국가에 소재한 우리나라 대사관에 제출하여 D-4-3 비자(미성년자의 유학과 연수를 위한 단기 비자)를 발급받았다. 그때까지 이 비자는 국내에서 단기간 교육을 받으려는, 해외 외교관 및 주재원 자녀 등을 위해 발급됐다. 부모 등 보호자와 함께 입국해 단기간 교육받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법무부가 문제 삼은 점도 여기에 있다. 국내 직업계고에 입학하는 유학생들은 대부분 보호자 없이 홀로 입국한다. 각 학교의 교장이 학생들의 법정 후견인이 되고, 생활 관리는 교사들이 담당한다. 미성년 유학생을 위한 공적 안전망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법무부는 2025년 10월 비자 정책을 변경했다.
이제 직업계고에 입학하고자 하는 유학생은 법무부의 출입국사무소로부터 사증발급인정서를 먼저 발급받은 뒤에 이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즉, 한국 법무부의 승인부터 미리 받고, 그다음에야 각 나라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26년부터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학생들이 무더기로 발생한 이유다.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 초기부터 혼선이 발생하자, 학교, 교육청, 법무부 모두 각자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기식 목포여상 교감은 “이미 지역에는 이주 배경 학생들도 많고, 현장에서는 유학생 유치 사업을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정책으로 느끼고 있다”라며, “법무부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비슷한 조건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서도 비자 승인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일관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목포여상은 2026학년도 15명의 신입생을 선발했지만, 그 가운데 11명은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이 교감은 “비자 승인의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고, 지속적으로 입학이 허용된다면 교육 현장도 그만큼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기존 방식의 학생 선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미 지난해에 공지했는데도, 일부 교육청과 학교가 학생 모집과 비자 신청을 강행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법무부 체류관리과의 담당자는 지난달 29일 <단비뉴스>와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상세한 기준은 내부 지침상 공개할 수 없으나, 학생 인권보호와 안전한 학업 및 생활 관리를 최우선으로 비자 심사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현장 실습’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직업계고에선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회사에 학생을 파견하는 ‘산업체 현장 실습’을 지도한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학교에서만 공부하는 ‘교내 교육형 현장 실습’을 택할 수밖에 없다. D-4-3 비자로 기업체에 현장 노무를 제공하고 실습 수당을 받으면, ‘체류자격 외 활동’이 되기 때문이다.
졸업장 이후의 삶 혼란스러운 제도에도 불구하고, 단비뉴스가 만난 직업계고 유학생들은 한국 유학 생활에 대체로 만족했다. 다만, 상당한 한국어 실력을 쌓은 이들도 개별 전공 수업을 어렵게 느끼고 있었다. 일상 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한자나 영어가 많이 사용되는 과목을 번역기 없이 바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유학생이 적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한국어 실력을 갖춘 라쉘은 “시험이나 수행평가를 보기 위해 교재 전체를 번역해 외워야 했다”라고 말했다. 유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한국어 수업이 운영되지만, 직업계고 특성상 전공 수업과 실습 수업에 빠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유학생들에게는 이중의 부담이 된다. 몽골에서 온 미시카는 “1학년 때는 한국어 수업에 집중하느라 (대입에 필요한) 수행평가에 참여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본격적으로 지도할 수 없는 직업계고 특성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무룬은 “대학 가는 방법을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아서 우리끼리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다”라며 “어떤 대학 갈 수 있는지, 대학 가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업무 가중 문제도 있다. 미성년자이자 외국인인 학생들은 은행 업무, 병원 방문, 휴대폰 개통 등을 홀로 할 수 없어, 교사들이 모든 일에 보호자로 동행하여 돕는다. 학교 기숙사 식당이 운영되지 않는 주말과 공휴일에 배달음식을 주문해 주는 것도 교사들의 몫이다. 이기식 목포여상 교감은 “사명감 측면에서 (유학생 지도와 안내를) 생각하는 교사들 덕에 잘 유지되고 있지만, 교사들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목포여상 유학생들은 여름 방학 동안 타 지역 직업계고 유학생들과 함께하는 캠프에 참여하거나, 한국어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겨울 방학에는 본국을 찾아 가족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들이 앞으로 맞이할 1~2년간의 학교 생활과 그 이후를 위해, 어떤 정책 보완이 우선돼야 할까.
조인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유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조사관은 지난달 24일 <단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방 소재 직업계고가 학령인구 감소와 선호도 하락의 문제를 동시에 겪으며 큰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제도 도입 과정에서 아동 인권이나 노동권 관련 검토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그는 “학생들을 보다 세심하게 보호하면서도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하지 않는 후견인 체계를 신설하고,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계 부처들이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주민 정책 연구자인 손인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18일 <단비뉴스>와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현장실습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와 돌봄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을 먼저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 상태로 정책이 유지된다면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에 대한) 유학생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구조가 될 수 있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법무부와 교육청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제도의 공정성 및 투명성 제고 방안’ 의안을 의결했다. 권익위는 교육부에 구체적인 학업관리 및 지원 방안을 만들도록 하고, 각 시·도 교육청에는 인권침해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동시에 법무부에는 국내 직업계고 졸업(예정)자를 위한 ‘특화 취업비자’ 신설을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취업을 원하는 졸업생과 지역 산업체를 연계하는 특례규정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관련 비자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법무부 체류관리과 담당자는 “현재 교육당국과 공동 가이드라인 초안을 작성 중”이라며, “관계 기관과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관련) 정책을 연내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익위가 제시한 조치 기한은 오는 10월이다. 10월 이후, 지역 직업계고 유학생들은 졸업장 이후의 삶을 더욱 다채롭게 그려나갈 수 있을까.
[장태린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시사현안팀장 장태린입니다. 포착과 경청으로, 발 딛고 선 곳의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정세빈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소셜전략팀장 정세빈입니다. 보이지 않는 삶을 마주하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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