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로 번 돈 바이오 적자에 수혈?…오리온 ‘해외사업 호실적’ 속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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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과 시장의 소비 둔화와 원·부자재 가격 압박 속에서도 오리온은 해외 법인의 압도적인 성과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동남아 수출의 전초기지인 베트남 법인 또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전사 실적을 든든하게 떠받쳤다.
그러나 화려한 성적표 속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해외에서 과자를 팔아 거둬들인 견고한 수익이 정작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오너 3세 주도의 신사업 바이오 부문 적자를 보전하는 데 투입되는 재무 구조를 두고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 베트남 법인(OFV)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액(잠정)은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2,677억 원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올 들어 해외 법인 매출 증가는 고환율 장기화(원화 대비 베트남 동화 +12.2%)에 따른 수혜도 일부 있었는데, 현지 통화 기준 성장률로도 14.1%에 달하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베트남 연중 최대 명절인 뗏(Tet) 특수를 겨냥한 전략적 영업과 초코파이, 쿠스타스 등 전통적인 주력 제품들의 상품 다양화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분기 들어 스낵 시장에서의 경쟁 한층 치열해졌다. 레이즈·도리토스 등을 보유한 펩시코의 스낵 자회사 프리토레이(Frito-Lay)가 상반기 하노이 공장을 늘린 뒤 대대적인 감자칩 공세에 나선 것. 이들은 상품 중량을 20% 늘리는 동시에 파격적인 할인으로 공격적인 프로모션 공세를 펼쳤다. 이로 인해 오리온 베트남 법인의 지난달(6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한 384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스낵 경쟁 심화 및 중동 전쟁발 유틸리티·필름 원부자재 비용 부담이 겹치며 전년과 동일한 49억 원에 머물렀다.
이에 오리온은 정면 승부 대신 한 발 비껴가는 영리한 작전을 택했다. 자사 고유의 강점인 파이류와 식사 대용식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오리온은 건강을 중시하는 베트남 젊은 층을 타깃으로 저당(low-sugar) 파이를 앞세우고, 현지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양산빵 ‘쎄봉(C'est Bon)’의 후속 라인업을 대거 출시해 격차를 더 벌린다는 계획이다.
급증하는 현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도 현재진행형이다. 오리온은 총 1,3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올 하반기 하노이 옌퐁공장의 신규 라인 증설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특히 쌀스낵과 파이, 젤리 등 주력 제품의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려 현지 생산 캐파를 최대 9,000억 원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생산부터 패키징, 창고 물류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해 비용을 크게 줄여줄 하노이 제3공장도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오리온은 베트남 법인의 역할을 단순 내수 소비 대응을 넘어 인도네시아·태국·미얀마 등 인구 6억 명의 아세안 지역과 중동·아프리카 시장까지 아우르는 수출 전초기지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 법인은 오리온 전체 해외 매출의 약 25%를 책임지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법인들도 나란히 순항하며 내수 부진 영향을 상쇄했다. 오리온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잠정)은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한 1조8,343억 원, 영업이익은 18.7% 늘어난 3,051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72%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할 만큼 안정적인 해외 사업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오리온 중국 법인의 상반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한 7,877억 원으로 전(全)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간식 전문점과 이커머스 등 신성장 채널 전용 제품 확대와 감자후레이크 원가 안정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러시아의 성장 폭은 한층 더 매섭다. 같은 러시아 법인의 순매출은 1,955억 원으로 32.1%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러시아 법인은 초코파이 수요 증가에 대응해 공장 가동률을 100% 이상으로 끌어올린 상태로, 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트베리 제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성장세는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훨훨 난 해외 법인과 대조적으로 안방 시장의 성적표는 다소 초라하다. 주재료인 감자와 코코아 가격 급등 부담을 짊어진 국내 법인은 상반기 매출 5,834억 원(+1.7%), 영업이익 691억 원(+3.3%)에 그치며, 해외 법인에 비해 상대적인 부진을 나타냈다.
식품 본업에서의 견고한 실적과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의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에 대한 자금 수혈 논란은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오리온의 자회사 팬오리온은 오는 24일 리가켐바이오의 전환우선주 825억 원과 전환사채 425억 원 등 총 1,250억원 규모의 추가 지분 취득을 앞두고 있다.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2024년 리가켐바이오 인수 이후 오리온이 쏟아부은 누적 투자액은 총 6,735억 원에 달하게 된다.
리가켐바이오는 현재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담서원 부사장이 사내이사를 겸임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R&D 비용 급증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가켐바이오의 R&D 투자액은 2024년 1,133억 원에서 지난해 2,171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지난해 연간 1,06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374억 원의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초코파이를 팔아 번 돈을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오너 3세 주도 신사업의 적자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주주환원 요구 여론도 강해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필연적 과정이라는 옹호론도 존재한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의 탄탄한 현금 창출력을 지렛대 삼아 바이오 연구 비용을 적기에 공급하는 구조"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룹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볼 때, 비교적 합리적인 자본 배분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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