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스마트 재난 행정의 맹점과 외국인 근로자 폭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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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이변과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산업 현장의 안전망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우리 농촌과 건설 현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기후 재난의 가장 취약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근 충북 괴산의 야산 풀베기 현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뙤약볕 아래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이의 비극적인 죽음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현장 안전망의 부재가 불러온 인재(人災)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외국인을 위한 전용 재난 안전 앱인 ‘이머전시 레디(Emergency Ready)’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고용허가제(E-9)의 17개 송출국 인력을 아우르는 총 22개 다국어 서비스를 탑재하는 등 고무적인 인프라를 구축했다.
파키스탄 근로자를 위한 우르두어, 방글라데시 근로자를 위한 벵골어, 스리랑카 근로자를 위한 신할리어까지 세심하게 포함되어 있다. 스마트 행정의 외형은 훌륭하게 갖춰진 셈이다.
행안부 앱의 다국어 서비스 확장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는 스마트폰 활용이 능숙하고 안정적인 통신 환경에 노출된 이들을 위한 대책일 뿐, 정작 영세 작업 현장의 물리적 정보 차단벽까지는 세밀하게 계산하지 못한 결과다.
결국 이 다국어 인프라가 정작 생사의 갈림길에 선 현장 근로자들에게는 전혀 닿지 않는 ‘스마트 탁상행정’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본질적인 문제다.
농가나 영세 건설 현장의 외국인들은 이 앱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운로드 방법이나 활용법에 대한 현장 홍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설령 앱을 설치하더라도 정작 여름철 노동자의 생명을 구하는 ‘우리 동네 폭염 무더위 쉼터’나 실시간 폭염 대피 정보는 메뉴 하단 안전 가이드로 배치되어 직관성이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시적 시스템과 미시적 실천이 결합한 현장 밀착형 대책이 시급하다. 첫째, 종이 가이드와 디지털 앱의 연계가 요구된다.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배포하는 오프라인 폭염 안전 가이드에 ‘이머전시 레디’ 앱으로 즉각 연동되는 국가별 QR코드가 탑재되어야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만 대면 자국어로 된 폭염 행동 요령과 무더위 쉼터 매핑 정보로 바로 연결되도록 접근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농축업과 건설업 현장의 ‘무더위 휴식시간제(Siesta)’를 제도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현재 고용노동부 지침은 폭염 경보 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야외 작업을 중단거나 2시간 이내 20분 이상의 휴식을 권고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다.
언어 소통이 어렵고 고용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뙤약볕 아래서 쉬겠다는 말을 감히 꺼내지 못한다. 따라서 지자체 조례를 통해 폭염기 강제 휴식을 의무화하거나 표준근로계약서에 이를 명시하여 이들의 ‘쉴 권리’와 ‘생명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폭염기 한시적으로 이동식 쉼터 차량을 농촌 거점에 배치하고, 지자체 매칭 펀드를 통해 고기능성 아이스 조끼 등 현장 밀착형 물품을 긴급 지원하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소중한 이웃이자 사회 구성원이다. 좋은 인프라를 만들어두고도 홍보와 연계 부족으로 썩혀두는 행정적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다국어 앱이라는 훌륭한 뼈대를 세웠으니, 이제는 지자체가 현장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실질적인 소통 체계를 구축하는 등 작동 가능한 안전망을 완성해야 할 때다. 이번 여름만큼은 일터로 향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폭염 속에 홀로 쓰러지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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