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베트남인 부부가 이혼하면 아이의 양육권은 누가 정할까? [양원준 변호사의 리걸 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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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말, 천안에 살던 베트남 국적의 젊은 어머니가 친구 집에 갔다가 막차를 놓쳐 다음 날 집에 돌아왔다. 한국인 남편은 화를 내며 며칠 집을 나가 있으라고 했다.
한국에 달리 갈 곳이 없던 그는 며칠 뒤 남편이 출근한 사이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 친정으로 떠났다. 남편은 아내를 고소했고, 검사는 국외이송약취 등으로 기소했다. 당시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도죄와 같은 수준이었다.
1심과 2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대법관 13명의 의견이 8대 5로 갈렸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도14328 전원합의체 판결). 쟁점은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데리고 출국한 것이 '약취'에 해당하는지였다.
약취란 폭행이나 협박, 불법적인 힘으로 사람을 보호관계에서 떼어내 자기 지배 아래 두는 것을 말한다. 다수의견은 어머니가 출산 뒤 줄곧 아이를 돌봐 온 친권자이고, 남편이나 아이에게 아무런 힘을 쓰지 않았으며, 베트남에서도 아이를 계속 돌봤다는 점을 들었다. 아이를 빼앗아 간 것이 아니라 하던 보호를 장소만 바꿔 계속한 것이므로 약취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상대방이 평온하게 키우던 아이를 힘으로 빼앗아 오거나, 아이를 돈이나 체류자격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는 다르다고 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 다섯 명의 생각은 달랐다. 친권은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고, 협의나 가정법원의 결정 없이 상대방의 친권을 일방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 국적의 아이가 갑자기 말도 문화도 다른 나라로 옮겨져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게 되면 아이의 이익을 해치고, 일단 외국으로 가 버리면 되찾아올 현실적인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형법의 한계를 지켰고, 반대의견은 그 때문에 생기는 현실의 공백을 짚었다. 보충의견도 이 문제는 형법이 아니라 여권 발급 제한과 출입국 관리, 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아이를 누가 키울지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가정법원에서 정할 문제다.
양육자는 먼저 부모가 협의로 정한다. 이혼하는 부모는 양육자와 양육비, 면접교섭을 협의로 정하고(민법 제837조), 협의가 안 되면 가정법원이 정한다.
기준은 부모의 권리가 아니라 아이의 복리다(민법 제912조). 국적이나 언어는 기준이 아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 베트남 국적 여성이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이를 낳고 2018년 큰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 베트남을 다녀온 뒤 2년 넘게 혼자 키웠다.
항소심은 어머니의 한국어가 서툴고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더 안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양육자로 지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므12320, 12337 판결).
아이가 한국어를 배울 기회는 공교육으로 충분하고, 외국인 부모의 모국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는 오히려 아이의 자아 존중감에 중요하며, 한국어 능력을 잣대로 삼으면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별거 뒤 한쪽이 유아를 평온하게 키워 왔다면 그 상태를 바꾸는 것이 아이에게 더 낫다는 점이 분명해야 한다는 원칙도 다시 확인했다. 법원이 보는 것은 국적이나 언어가 아니라 누가 아이를 실제로 안정되게 키워 왔는지다.
국제결혼에서는 어느 나라 법원이 정하는지가 더 문제된다. 한국인 아버지의 아이는 한국 국민이고(국적법 제2조), 부모 한쪽과 자녀가 한국 국민이면 한국 법원이 재판할 수 있으므로(국제사법 제59조), 아이가 베트남에 가 있어도 한국 가정법원에 양육자 지정이나 유아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재판을 받는 것과 그 결과를 집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국은 2013년부터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체약국이어서 협약국 사이에서는 불법하게 옮겨진 아이의 신속한 반환을 구할 수 있지만, 100개국이 넘는 체약국 중에 베트남은 없다.
한국 법원의 유아인도 결정을 베트남에서 집행하려면 베트남 법원의 승인을 따로 받아야 하고,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베트남 법원에서 직접 다투는 길도 좁다. 베트남 혼인가족법 제81조 제3항은 36개월 미만 자녀를 어머니가 직접 기르도록 하고, 어머니가 양육할 조건이 안 되거나 부모가 달리 합의한 경우만 예외로 두고 있어 어린 아이일수록 아버지가 불리하다.
결국 아이를 실제로 데리고 있는 쪽이 시간이 갈수록 유리해진다. 2008년 사건도 그렇게 끝났다. 아버지는 형사재판이 끝나기 전인 2010년 협의이혼을 하면서 어머니를 아들의 친권자이자 양육자로 정하는 데 동의했다. 아이를 돌려받지 못했고 어머니도 처벌받지 않았으니, 아이가 베트남에서 자라는 현실을 받아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미리 막을 방법은 있을까. 2008년 사건처럼 며칠 사이에 아이를 데리고 출국해 버리는 경우를 막을 법적 수단은 사실상 없다. 출국심사에서는 유효한 여권만 확인하고(출입국관리법 제3조), 출국금지는 형사재판이나 세금 체납 같은 법정 사유에만 할 수 있어(제4조) 부모 한쪽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출입국 단계에서 막는 제도가 없다.
반대의견이 지적한 대로 출국 전에 경찰에 신고해도 부모가 자기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2013년 보충의견이 여권과 출입국 제도를 고치라고 한 뒤 여권을 새로 만들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법에 명시하는 보완은 있었지만(여권법 제9조 제4항), 이미 여권이 있거나 상대국 여권을 받는 경우에는 소용이 없고 출국 자체를 막거나 처벌하는 규정은 지금도 없다.
가사소송법상 사전처분으로 자녀의 국외 이동을 금지할 수는 있지만(제62조), 이혼 소송이나 양육자 지정 심판이 이미 걸려 있어야 가능하고 집행력도 없다. 별거나 이혼 이야기가 나와 분쟁이 예고된 경우에 쓸 수 있는 수단이지, 갑작스러운 출국에는 소용이 없다. 결국 실제로 의미 있는 대비는 갈등이 생긴 초기에 있다.
2008년 사건의 출국은 남편이 집을 나가라고 한 지 며칠 뒤였고, 어머니는 한국에 갈 곳이 없었다. 상대를 집에서 내보내기보다 아이 문제를 먼저 협의하는 것, 별거나 이혼 이야기가 나왔다면 그때 바로 가정법원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다.
베트남인 배우자 쪽도 알아 둘 것이 있다. 한국인과의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를 양육하는 부 또는 모는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별표 1의2). 이혼하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양육하며 체류할 길이 있다는 뜻이다.
법은 아이를 데리고 간 부모를 쉽게 처벌하지 않고, 출국을 미리 막지도 못하며, 아이가 국경을 넘은 뒤에는 데려올 방법도 마땅치 않다. 2013년 대법원이 입법으로 메우라고 한 이 공백은 여권 발급 절차가 일부 보완됐을 뿐 지금도 남아 있다. 국제결혼 가정에서 아이 문제는 법이 개입하기 전에, 갈등이 시작될 때 부부가 먼저 협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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