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매매·소지 혐의 징역 2년, 수사협조 입증으로 집행유예 이끌어내 [강정한 변호사의 베트남 리걸클리닉]
조회 1
마약류 사건에서 피고인이 “수사에 협조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그 사정이 곧바로 유리한 양 형요소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 관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했는지, 그 정보가 실제 수사의 진전이나 관련자의 검거로 이어졌는지까지 확인돼야 한다.
최근 필자가 담당한 사건에서도 피고인의 수사협조 사실을 재판부에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양형 판단의 중요한 쟁점이 됐다. 의뢰인은 베트남 국적의 사실혼 배우자와 함께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 이른바 엑스터시와 케타민을 매매하고 일부를 소지·사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의뢰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매수자를 물색하고 마약류를 구해 판매대금을 받는 등 범행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됐다. 판매된 양과 금액도 적지 않았고, 추가로 보관하던 마약류까지 발견돼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협조했다”는 진술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MDMA와 케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허가 없이 매매·소지·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마약류 범죄는 유통 과정에서 다수의 사람에게 확산될 위험이 크고, 판매 범행은 단순 투약이나 소지보다 책임이 무겁게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의뢰인에게는 판매뿐 아니라 소지와 사용 혐의까지 함께 적용됐고, 범행에서 맡은 역할도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실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다만 의뢰인은 체포된 이후 자신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사람과 중간 유통 관계자, 마약류를 매수한 사람들에 관한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 텔레그램 연락처와 대화 내용, 상대방의 인적사항과 연락 방법, 거래 일시와 장소, 마약류의 종류·수량, 대금 지급 방식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일부 관련자에 대해서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와 메신저 프로필 등 신원을 특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도 제시했다.
그러나 변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협조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협조가 실제 수사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여러 정보를 전달했더라도 그 내용이 이미 확보된 정보였거나 관련자 특정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양형상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피고인이 제공한 정보로 공급책이나 매수자가 특정되고 실제 검거 또는 수사로 이어졌다면, 그 협조의 구체적인 내용과 기여도를 재판부에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변호인은 수사기관에 대한 사실조회를 통해 의뢰인이 제공한 정보와 이후의 수사 진행 결과를 확인했다. 회신 내용에는 의뢰인이 상위 공급자에 관한 외모와 연락처, 거래 방법 등을 진술했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통해 매수자 한 명의 신원을 특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 담겼다. 해당 매수자는 실제로 검거돼 구속 송치됐고, 공급자 역시 신원이 특정돼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협조와 검거 결과의 연결 관계를 자료로 입증 수사협조를 양형 자료로 활용하려면 협조 사실을 재판부가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 제공한 자료, 이를 통해 특정된 관련자와 실제 수사 결과가 서로 연결돼야 한다.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에 대한 사실조회 등을 통해 협조 내용과 수사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마약류 사건은 공급자와 중간 유통자, 매수자 사이의 연락이 텔레그램 등 익명성이 높은 메신저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대화 내용을 삭제하거나 휴대전화를 교체하면 거래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수사에 협조하려는 경우에는 연락처와 계정정보, 대화 내역, 송금자료, 거래 일시와 장소 등 관련 정보를 가능한 범위에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진술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행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객관적인 자료와 맞지 않는 진술은 오히려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의뢰인의 협조가 실제 수사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수사 기관의 회신을 통해 의뢰인이 제공한 정보가 관련자의 신원 특정과 검거, 공급 관계에 대한 수사로 이어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해당 자료는 의뢰인의 수사협조를 판단하는 양형자 료로 제출됐다.
법원은 의뢰인이 마약류 판매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불리한 사정으로 보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과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상위 공급자 및 중간 유통 관련자의 검거에 기여한 점 등을 함께 고려했다. 이에 의뢰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그 형의 집행을 3년간 유예했다. 반면 함께 재판받은 베트남 국적의 피고인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처럼 같은 사건으로 함께 재판을 받더라도 범행에서 맡은 역할과 가담 정도, 범죄전력, 수사협조의 내용 등에 따라 양형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공동피고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같은 방향으로 대응하기보다, 각 피고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정 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외국인이 관련된 마약류 사건에서는 언어 문제도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역을 거쳐 조사가 진행되더라도 마약류의 명칭이나 거래 방식, 피고인 사이의 관계와 역할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실제 진술과 다른 취지로 이해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가 자신이 진술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잘못 기재되거나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조사 단계에서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외국인 피고인은 형사처벌 외에 체류자격이나 강제퇴거 등 출입국상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형사재판의 결과만을 목표로 대응하기보다 현재의 체류자격과 국내 체류 경위, 가족관계 등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수사 및 재판 절차가 익숙하지 않거나 한국어로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면, 사건 초기부터 통역과 법률 조력을 통해 진술 내용과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약류 사건에서 수사협조는 분명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는 요소지만, 협조했다는 사정만으로 집행유예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범행의 종류와 횟수, 취급한 마약류의 양, 판매 여부, 범행에서 담당한 역할과 범죄전력 등 여러 사정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수사협조를 양형에 반영받기 위해서는 협조의 내용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다른 양형사유와 함께 체계적으로 정리해 재판부에 전달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마약류 사건을 비롯해 외국인이 관련된 형사사건을 수행하고 있다. 창원·김해를 중심으로 거제·통영 등 경남 지역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형사사건에 대응하며, 수사 초기 진술부터 구속 여부와 양형자료, 체류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건별로 필요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
뉴스 다음 글
전체 보기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베트남 하노이 ‘한-베 학술대회’ 성료… 라이브 수술로 K-미용성형을 알리다 - 메디컬투데이
조회 0 · 댓글 0
유엔, 일본 제출 핵 군축 결의안 채택
조회 0 · 댓글 0
퇴근 후 밤 비행으로 ‘동양의 파리’ 호찌민 간다…진에어, 12월 24일 인천~호찌민 신규 취항 - 투어코리아
조회 0 · 댓글 0
"아세안 CMO 거점 호언장담하더니"…JW중외제약, 베트남
조회 0 · 댓글 0
‘高금리’ 호치민시서부버스터미널, 본업보다 예금이자 ‘짭짤’…3분기 금융익 59.1억 동 64%↑
조회 0 · 댓글 0
베트남 저탄소 기업 11개사의 투자유치 모색, CFA Viet Nam 2026 참관기
조회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