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슈 줌인] '고환율의 두 얼굴'...주재원과 현지채용 '엇갈린 표...
조회 0
출처인사이드비나
올 들어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베트남 현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장인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1,500원을 웃도는 원·달러 환율이 고착화되면서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의 실질 수령액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달러 기준으로 계약을 맺은 현지 채용 직원들은 환차익을 누리며 상대적인 여유를 보인다. 고환율로 인해 현지 생활자들의 희비가 극명히 갈리는 양상이다.
베트남 호치민시에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며 인근 빈즈엉성의 공장으로 출퇴근 중인 주재원 A씨는 최근 월급날마다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환율로 인해 급여 실수령액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주재원의 복지 수준과 급여 지급 체계는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원화로 책정된 임금을 현지에서 달러로 받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A씨의 경우, 원화 기준으로 책정된 급여를 직전 분기 평균 환율로 매월 달러로 지급받다 보니, 원화 가치 하락과 맞물려 손에 쥐는 금액 자체가 감소한 것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주거비나 자녀 국제학교 학비는 실비나 정해진 한도 내에서 지원돼 타격이 덜하지만, 매달 고정 지출과 생활비를 제외하면 잔고는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베트남 동화(VND) 역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워낙 깊다 보니, 베트남 현지 살이의 체감 비용은 도리어 높아졌다.
주재원들 사이에서 “이러다 현지 채용 직원보다 월급이 적어질 수 있겠다”는 뼈 있는 농담이 오고가는 이유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지난 1년 사이 두 통화가 보여준 달러 대비 가치 하락의 차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서울외국환중개와 베트남 비엣콤은행(VCB)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6월 달러당 1,375.7원에서 올해 6월 현재 1,503.2원으로 1년 사이 가치가 9.3%나 떨어졌다.
반면 베트남 동·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달러당 2만5,810동에서 2만6,084동으로 낙폭이 단 1%에 그쳤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동화보다 9배 이상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베트남 내에서 원화의 상대적 열세가 굳어진 것이다.
베트남 현지 물가가 아무리 안정적이라 해도, 원화 기준으로 받은 달러를 다시 현지 통화인 동화로 교환해 생활해야 하는 주재원들로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반면, 현지에서 급여를 달러 기준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장인들의 분위기는 주재원과는 대조적이다.
호치민시의 한 한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B씨는 요즘 표정이 밝다. B씨는 급여를 전액 달러로 지급 받는 현지 채용 직장인으로, 고환율로 인해 실수령액이 늘어난 대표적인 사례자다.
베트남 현지 채용의 경우에도, 회사 정책에 따라 급여를 달러로 직접 받거나 당월 시중은행 환율 기준 동화로 받는 등 지급 방식은 다양하지만, 계약서에 명시된 달러 가치를 온전히 보존받는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B씨처럼 달러 달러 급여를 그대로 수령하는 직장인들은 베트남 현지에서 생활비로 쓰고 남은 자금을 한국 계좌로 송금할 때 상당한 환차익을 거두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원화 환산 소득이 10% 가까이 늘어나면서 국내 적금을 늘리거나 증시 투자에 나서는 등 자산 형성 면에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B씨는 “베트남 현지 물가도 눈에 띄게 올랐으나, 동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기에 체감되는 부분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달 2,000~3,000달러 안팎의 생활비를 환전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몇 십동이라도 더 쳐주는 환전소를 찾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베트남 당국이 최근 외환 시장 안정을 이유로 무허가 사설 환전소에 대한 단속과 개인 간 환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환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유 시장과 공식 시장 간 환율 차이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시중은행을 찾는 교민은 많지 않다. 환전액수가 큰 만큼 조금이라도 더 쳐주는 곳을 찾기 위함이다.
개인 간 환전의 경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모르는 타인과 미화와 원화, 동화를 거래하는 것이 과거 일반적인 행태였으나, 요즘에는 신원이 확실한 지인, 또는 소개로 1대1 직거래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최근 2~3년 사이 이를 노린 보이스피싱이나 3자 사기 등 불법 범죄에 연루돼 계좌가 동결되는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환율 장기화와 환전 규제 강화라는 악재 속 현지에 체류 중인 우리 교민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